원자력뉴스레터 2021.12 Vol. 38
원자력 e-뉴스레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자력의 연구개발과 올바른 이용을 알리기 위해 매월 발간하는 종합 소식지입니다.

[원자력톡]SMR, 원자로가 작아지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199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박람회 컴덱스(COMDEX). 이곳에서 IBM 관계자가 새로운 콘셉트의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기기 하나만으로 통화, 팩스, 이메일, 호출을 모두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이듬해 벨사우스와 공동개발에 성공한 제품(‘IBM 사이먼 퍼스널 커뮤니케이터’)이 우리 모두의 주머니에 필수적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의 시초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무겁고 투박한 외관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기술 혁신의 집합체로 여겨지죠.

더 작아지고 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원자로의 발전사와도 유사한데요. 오늘의 주제는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입니다.

원자로의 변천사 
Generation 1
1950~1960년대 초 초기 원자로(미국의 쉬핑포트원자로, 양국의 마그노스 원자로)
Generation 2
1970년대 이후 상용화된 원자로(현재 운영되는 대다수의 원자로, 고리 1, 2호기)
Generation 3/3+
1990년대 이후 표준 개량형 원자로(APR1000, 캔두6형) 
2015년 이내 도입가능한 경제성 안전성을 향상시킨 원자로(유럽의 EPR, 미국의 AP1000, 우리나라의 APR1400)
Generation 4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한 미래 혁신 원자로(소듐냉각고속로, 초고온가스로, 가스냉각고속로, 납냉각고속로, 초암계압수냉각로, 용융형원자로)

최초의 원자로는 대학 운동장의 스쿼시코트에 세워졌습니다. 천연우라늄 56t과 흑연 벽돌 400t으로 구성된 ‘시카고 파일-1’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원자로가 개발됐고, 건설 시기 및 특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요. 그중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둔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은 크게 경제성, 안전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핵확산 저항성을 강조합니다.

[고속로]
■소듐냉각고속로
-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
- 우라늄 재활용도가 높고, 사용후핵연료 독성 저감 가능
■납냉각고속로
- 납, 납합금 등을 냉각재로 사용
- 액티나이드 관리 및 이동형 원자로로 개발 중
■가스냉각고속로
- 헬륨, 공기 또는 CO2등의 기체를 냉각재로 사용
- 전기 및 수소 생산, 액티나이드 관리 가능

[고속로/열중성자로]
■용융염원자로
- 액체형 연료를 사용, 연료의 성형이 필요 없고 핵물질 전용의 위험이 없음
- 전기 및 수소 생산, 액티나이드 관리 가능
										  
[역중성자로]
■초고온가스로
- 세라믹피복입자 핵연료, 흑연 감속재, 헬륨 냉각재
- 초고온열 생산 및 공정열 공급, 전기 및 수소 생산에 활용
■초임계압 경수냉각로
- 초고압 상태에서 운전되는 고온 고압 시스템
- 기존 경수로 대비 높은 발전효율 가능

2002년 전 세계 공모를 통해 100여 개의 미래형 원자로 후보 중 6개 시스템을 선정했습니다. 이때, 흥미롭게도 제4세대 원전 기술 모두 SMR 기술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300 MWe 이하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은 원자로’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50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이며, 유명 기업인들 또한 적극적으로 투자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은 원자로(300 MWe(메가와트) 이하의 에너지 생산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20MW~300MW)
대형원자로(Large Scale Reactor, 300MW~1,000+MW)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150조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SMR의 강점은 무엇이고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ㅇ SMR의 차별점 1 : 안전성
기존의 대형원전과 비교했을 때, SMR은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 가능합니다. 원자로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하기 때문인데요. 연결 배관이 불필요하므로 원자력발전소에서 가장 심각한 사고 중 하나인 배관 파단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합니다. 또한, 전기가 끊어져도 안전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발생했습니다.

SMR(Small Modular Reactor)
배관파단, 전원상실

SMR은 대형원전에 비해 발열량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전기 없이 중력, 밀도차, 대류현상 등을 이용해 원자로 냉각할 수 있죠. 다시 말해, 자연의 힘만으로도 노심의 잔열을 제거하는 안전 시스템이 구축된 것입니다.

ㅇ SMR의 차별점 2 : 경제성
SMR은 퍼즐이나 레고처럼 모듈(Module : 조립 부품) 형태로 제작됩니다.

사진

대부분의 부품과 기기들이 공장에서 제작된 이후 현장으로 이송되기에, 건설 비용 및 기간이 대폭 줄어듭니다. 분산 건설을 통해 송전망 구축과 송배전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발전 단가 역시 저렴한 편인데요. 규모의 경제 추구에 유리한 대형 원자력발전소에는 못 미치나, 화력 발전보다는 월등한 경제성을 확보합니다.

ㅇ SMR의 차별점 3 : 유연성
SMR은 용량이 작고 제어계통이 단순한 편이어서 탄력 운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오지나 작은 섬들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원과의 연계성도 뛰어납니다. 급격한 전력수요 상승이나 날씨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를 보완해주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평가받습니다.

혁신형 SMR(Small Modular Reactor)
전기->전력망
전기+증기(고온증기전기분해)->수소활용
증기(난방수 가열)->지역난방
증기+해수(해수담수화 설비)->담수 활용

한편, 전력 생산 외에도 해수담수화, 수소생산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데요. 최근 국제 선박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쇄빙선, 대형선박 등 장기간 고출력이 필요한 해양 운송수단의 추진 동력원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2 세계 최초로 일체형 원자로 표준 설계 인가 획득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2012년, 중소형 원자로인 SMART(스마트)를 개발해 일체형 원자로 중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SMART 개발 기술력을 기반으로, 더욱 치열해진 ‘초소형 원자로 시장’ 점유에 도전하고자 하는데요. 2021년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을 개최하며 한국형 SMR 모델, 즉 i-SMR 관련 계획과 개념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스마트 워치, 소형 반도체, 나노 로봇 등 우리 삶에 스며든 수많은 소형 첨단기기처럼 작지만 강한 SMR이 펼칠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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