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리포트

원전의 사고예측기술 어디까지 왔나?

윤한영, 하귀석한국원자력연구원

1. 서론

원전의 안전성 입증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모든 경우에 대하여 사고 진행 결과가 원자력 규제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 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실험적, 해석적 방법이 활용되는데 실험의 규모 및 범위에 있어서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해석기술은 원전의 사고 시나리오 예측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원전 내부의 물리현상은 중성자, 냉각재(열수력), 핵연료, 구조 등의 거동을 포함하여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신뢰도 높은 사고 예측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정확한 해석모델 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사고 시나리오에 대하여 동일한 해석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기술적 측면에서 불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설계기준사고 및 설계기준초과사고(중대사고)로 사고 시나리오를 분류하여 서로 다른 해석모델을 적용한다.

설계기준사고 예측을 위해서는 1차원 모델 기반의 계통열수력 해석코드가 적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MARS, SPACE 등의 코드가 개발되어 사용중이다. 최근에는 3차원 모델 기반의 정밀한 해석기술을 적용한 CUPID 코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중대사고 예측을 위해서는 노심용융현상과 관련한 다양한 해석모델이 필요하며, 여러 분야의 해석모델을 연계한 CINEMA 코드도 사용되고 있다. 다음에서 원전 설계기준사고 및 중대사고 예측과 관련한 국내 해석기술 현황 및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설계기준사고 예측 - 계통열수력 해석 코드 현황 및 전망

계통열수력 해석코드는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설계기준사고에 대하여 발전소 거동을 분석하여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도구이다. 원전 개발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많은 계통열수력 해석코드를 개발해왔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MARS와 SPACE가 개발되었으며, MARS는 규제 코드로, SPACE는 산업체에서 원전 설계의 안전성 분석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SPACE 코드는 국산 코드로서 원전 수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계통열수력 해석코드는 원자로 냉각재에 대한 질량, 에너지, 운동량 보존 방정식을 이용하여 사고 시 원자로 계통에 흐르는 유체와 핵연료봉의 온도와 압력 등을 계산한다. 가장 최신의 코드들은 원자로 계통 내의 유체 거동을 모의하기 위해 3개 유동장(액체, 기체, 액적)에 대한 2상(기상 및 액상) 유동 방정식을 적용하는데, 정확한 모의를 위해 다양한 실험으로부터 나오는 실험식들이 요구된다. 또한 새로운 원전을 설계하거나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면 이에 적합한 상관식이나 모델을 개발해서 해석코드를 개선해야 한다. 계통열수력 해석코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며, 최근 개선된 주요 내용은 (1) 에너지방정식 및 운동량 방정식의 대류항 물성치를 개선, (2) 계수 행렬의 특이값 분해 방식을 적용하여 수치해석 안정성 및 정확성 향상, (3) 해양원전의 요동운동 해석 모델 및 SMART 원전의 피동형 안전주입탱크 모델 개발, (4) ‘Loop Seal Clearing’ 및 수평관에서의 액적 이탈 및 침착 현상 예측 성능 개선, (5) ‘핵연료 파편화, 재배치, 분산’ 현상에 대한 모델을 구현 및 검증, (6) 다물리/다중스케일 연계기술 개발 등이다.

원전 수출에서 원전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상사고에 대한 거동을 더욱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상관식 개발과 코드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배관 파단 사고에서 유체 방출 유량을 판단하는 이상임계유동모델, 고온 연료봉 피복관 온도를 예측하는 Post-CHF 열전달 모델, 다양한 영역에서의 액적 이탈 및 침작 모델, 더 나아가서는 고체 및 분산 기포 유동장을 포함하는 다유동장 모델 등에 대한 개발을 수행할 예정이다.

계통열수력해석 코드 개발 현황 및 전망

3. 설계기준사고 예측 – 정밀열수력 해석코드 현황 및 전망

원자로 내부의 냉각계통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위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단순화된 1차원 모델 기반의 계통열수력 해석기술을 주로 적용해 왔다. 이에 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전산수치해석 기법의 발전과 컴퓨터 성능의 개선으로 선진국에서는 3차원 고정밀모델 기반의 원자로 열수력 해석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7년부터 3차원 고정밀열수력 해석코드(CUPID)에 대한 개발을 착수해 총 3단계(2007년~2021년)의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CUPID 코드는 기존의 상용 전산유체역학(CFD) 코드와 비교해 크게 3가지의 기술적 차별성 및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원자로의 복잡한 2상유동 현상에 대한 3차원해석이 가능하며, 둘째, 상용 코드에 비하여 실용적인 계산시간 내 해석이 가능하고, 셋째, 기존 계통열수력 해석코드와의 효율적인 연계계산 기능을 제공한다.

CUPID 코드의 예측성능은 다수의 국제 벤치마크 대회 참가를 통하여 입증했는데, OECD/NEA 주관의 IBE-4(2016년), IAEA 주관의 CRP(2017년), OECD/NEA 주관의 HYMERES2(2021년), 프랑스 CEA 주관의 DeBORA(2022년) 등의 대회에서 탁월한 예측성능을 기록한 바 있다. CUPID 코드는 CFD 스케일의 해석뿐 아니라,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등 원전주요기기 해석을 위한 전용코드를 개발해 성능 및 안전해석에 활용하고 있는데, 원자로 해석에는 CUPID-RV, 증기발생기 해석에는 CUPID-SG가 적용되고 있다. 이들 코드는 기존 해석기술 대비 기술적 수월성뿐만 아니라 해외 도입 코드를 대체함으로써 원전의 해외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CUPID 코드는 현재 국내 다수의 기관이 사용자 협약을 맺고 활용 중이며, 정기적인 사용자 대회를 개최하여 해석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OECD/NEA 국제 벤치마크 문제 CUPID 해석결과

4. 설계기준사고 예측 - 규제 정밀안전해석

일본 후쿠시마사고 이후 정부에서는 가동원전 비상노심냉각계통 성능에 관한 허용기준을 강화하는 고시를 발표했다. 강화된 안전 허용기준 환경에서는 기존 보수적 방법론 기반의 안전해석 체계를 적용하면 안전여유도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3차원 모델 기반의 다중스케일-다물리 통합해석체계를 구축했다. 다중스케일 관점에서는 기존 계통열수력 해석코드(MARS, SPACE)를 활용하여 원자로 냉각재 시스템 전체를 계산하고, 정밀한 예측이 요구되는 주요 관심영역(원자로, 증기발생기 등)에 대해서는 CUPID 코드를 적용하여 3차원 고해상도 해석을 수행한다. 또한, 핵연료집합체의 정밀예측을 위해 3차원 열수력, 중성자동역학, 핵연료 해석코드를 봉 단위로 각각 연계하여 다물리 해석을 수행한다. 핵연료 봉단위 정밀안전해석을 위한 다중스케일-다물리 해석체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된 기술이며, 기술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입증한 바 있다. 현재 정밀안전해석 체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연구계/산업계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로 냉각재 시스템 계통 열수력/원자로 압력용기 부수로 열수력/노심 출력거동 중성자동역학/핵연료 상세거동 핵연료 성능

다중스케일-다물리 통합해석 체계

구축된 다중스케일-다물리 해석체계를 활용하여 핵연료 봉단위 정밀도의 증기관파단사고해석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원자로형상 전용 격자생성기를 사용해 약 130만 개의 부수로스케일 격자로 구성된 3차원 원자로형상을 구현했다. 다중스케일-다물리 방법론 기반 정밀예측기술을 적용한 결과, 기존 보수적 방법론 기반의 1차원 안전해석 기법 적용 대비 30% 향상된 안전해석 여유도를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원자로 복잡한 현상들에 대한 3차원 가시화를 구현해 원자로 안전해석 결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핵연료 봉단위 정밀도 안전해석 결과

5. 설계기준사고 예측 - SMR 3차원해석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기조에 발맞추어, 주요 원전 선전국들은 대형원전 위주의 기존의 원전 개발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규모의 다목적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형원전 (SMR: Small Modulalr Reactor)은 높은 안전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운전 유연성, 전력시장에서의 리스크가 적은 장점을 바탕으로 나날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형원전을 설계하고 그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요 사고 현상을 모의할 수 있는 검증실험이 요구되지만, 많은 재원과 시간이 요구되는 대규모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해석기술을 적용하면 개발 기간 및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대규모 실험은 다물리-다중스케일 해석으로 대체하고, 설계 과정에서 도출되는 국소적인 물리현상과 안전관련 현안은 개별효과실험을 통해 해결하는 해석-실험 최적화 전략이 효율적이다.

SMR 해석은 복잡한 구조물 내에서의 자연대류 현상 모의,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유연운전 성능 평가 등이 포함되어야 하므로, 기존의 대형원전 해석에 사용되던 일차원 계통 코드만으로는 달성이 어렵다. 이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밀열수력 해석코드 (CUPID), 노물리 해석코드 (MASTER), 계통 열수력 해석코드 (SPACE)를 연계한 다물리-다중스케일 해석체계를 개발하여 소형모듈원전의 설계 및 안전성 검증에 활용할 계획이다.

첫 번째 단계로 SMR에서 사용되는 특수기기(원자로 비상감압밸브, 응축수 재순환 밸브 등)의 해석 모델이 개발되었으며, 기존 대형원전과 차별화된 물리현상(격납용기 내 복사열전달, 응축수 자연순환 등)을 해석하기 위한 정밀 모델의 개발 및 검증이 진행 중이다. 향후 해석체계가 완성되면 현재 국내에서 설계가 진행 중인 혁신형소형모듈형원전(iSMR)의 설계 검증뿐만 아니라, 설계 인허가 과정에서 대두되는 다차원 안전해석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SMR 사고분석을 위한 주요 해석 모델 / 3차원 LOCA 해석

SMR 해석모델 요약 및 사고 분석 사례

6. 중대사고 예측 - 중대사고 해석 코드 개발 현황 및 전망

원자력발전소에서 자연재해, 인적오류, 외부위협요인 등으로 인해 핵연료의 냉각능력이 상실되어 핵연료가 용융하는 중대사고는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지만 이를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안전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중대사고 예방 및 대응설비를 설계하고 그 작동을 보장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중대사고 진행과정을 해석하기 위한 코드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국내 원전의 중대사고 평가를 위해 미국에서 개발한 MAAP, MELCOR와 같은 중대사고 해석 코드를 사용해 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주) 등과 함께 중대사고 종합해석 코드 국산화를 위해 CINEMA(Code for INtegrated severe accident Evaluation and MAnagement) 코드를 2011년부터 개발하고 있다.

CINEMA 코드는 MASTER, CSPACE, SACAP, SIRIUS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MASTER 모듈은 CINEMA의 CSPACE, SACAP, SIRIUS 간 연계해석을 위한 통신에 있어서 중심역할을 한다. CSPACE 모듈은 원자로 냉각재 계통에서의 중대사고 모의를 위한 것으로 노심에서의 중대사고 진행을 모의하기 위한 노심손상 해석코드인 COMPASS(COre Meltdown Progression Accident Simulation Software)와 계통에서의 열수력 모의를 위한 SPACE(Safety and Performance Analysis CodE for nuclear power plants)가 밀접하게 연계되어 개발되었다. 노심의 초기 조건인 정상상태 모의를 위한 기본 노심 구성모델, 냉각수 상실로 인해 노심이 노출되는 경우 연료봉 가열, 수소의 발생, 연료봉 재배치, 재배치 과정에서의 파편층 형성 및 기하학적 열전달 구조 상실에 따른 용융물 풀 형성, 하부반구 건전성 평가 모델 등이 포함된다.

SACAP 모듈은 원자로용기의 파손으로 노내에 억류되어 있던 노심용융물이 격납건물로 방출되면서 발생하는 격납건물 내 주요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것으로 격납건물 내의 기체 및 액체 물질의 이송과 분포 계산, 격납건물 격실 내의 온도와 압력을 계산하는 격납건물 열수력 해석, 노심용융물의 원자로공동 및 하부격실로의 고압 방출 및 화학 반응, 고온의 용융물이 원자로 공동의 콘크리트와 반응을 통해 직접적으로 격납건물 압력 경계를 손상시킬 수 있는 노심용융물-콘크리트반응, 고온의 노심용융물과 저온의 냉각수가 만나 국부적인 증기폭발에 의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압력파의 전파에 의한 증기폭발, 중대사고 시 생성되는 수소의 점화 및 연소에 의한 화염가속 및 연소폭발천이, 중대사고 시 생성된 수소의 제어수단인 수소점화기 성능해석모듈 및 피동촉매형 수소재결합기 해석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SIRIUS 모듈은 중대사고 시 원자로 노심에서 방출된 핵분열생성물 기체(Vapor)가 원자로 냉각계통 내로 유입된 후 이송과정과 에어로졸로의 변화 과정, 기체 상 및 에어로졸 상의 핵분열생성물이 증기-비응축 혼합기체에 이끌려 원자로 냉각계통 내부를 이동하는 중에 배관, 가압기, 증기발생기 등에 부착되거나 격납건물로 방출되는 양을 예측하고, 격납건물 내 거동을 해석할 수 있다.

CINEMA 코드는 기존 해외 코드인 MAAP MELCOR와 유사 동등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형상관리 체계를 도입하여 코드 인허가 및 활용에 용이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향후 국내 원전, 해외 수출원전, 신규개발 원전의 중대사고 평가 코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7. 맺음말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가상사고 결과에 대한 고신뢰도 예측은 필수적이다. 현재,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예측하기 위한 해석 모델들이 개발되어 원전 설계 및 규제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 해석 모델의 예측 능력 개선 및 검증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가동원전의 안전성 향상 및 신형원전 개발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원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중인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원전 모델 및 시뮬레이션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