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2
원자력 e-뉴스레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자력의 연구 개발과 올바른 이용을 알리기 위해 매월 발간하는 종합 소식지입니다.
자동차 ‘포니’를 아시나요? 포니는 1975년 출시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차입니다. 포니가 출시되기 이전에는 해외 부품 수입에 의존해 자동차를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계공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생산이 100% 국산화 되어야 한다는 정주영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의 노력과 의지로 포니가 탄생했습니다.
한국자력연구원에도 국내기업 성장과 방사선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꾸준한 노력 끝에 순수 자체 기술만으로 고도화에 성공한 장치가 있는데요. 바로 나선형 입자가속기 사이클로트론입니다.
먼저 입자가속기는 가속하는 방법에 따라 선형과 나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이클로트론은 나선형의 궤도를 따라 회전 반경이 커지면서 높은 에너지를 얻는 나선형 방식의 입자가속기입니다. 선형가속기에 비해 비교적 작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으면서, 대용량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보유한 RFT-30 사이클로트론은 국내에서 개발한 최초의 중형급 사이클로트론입니다. 본체의 크기는 지름 2.7m, 높이 1.44m로 SUV 차량 1대를 회전시킨 정도의 부피입니다.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하면 1.5V 건전지 2천만 개에 해당하는 3천만 전자볼트(30 MeV)의 에너지로 수소 입자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사이클로트론은 2013년 시제품 형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동위원소 생산과 양성자 빔 이용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원에서는 이온원, 입사부, 주전자석, 고주파, 빔라인 등의 시설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했습니다. 또한 자율운전 제어시스템 및 동위원소 자동분리장치를 개발하여 가동안정성과 더불어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오토 스타트’ 버튼 클릭 한 번만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전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질 만큼 첨단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연구원이 기술 자립에 힘쓴 것은 그 자체로 국가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 성장과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도 연구원이 보유한 기술로 사이클로트론 완전 자율화는 물론 7천만 전자볼트(70MeV) 이상의 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양이온과 전자 2개로 구성된 수소 음이온을 주전자석과 고주파를 사용해 나선형 궤적으로 가속시킨 뒤, 탄소 포일을 통과시켜 전자를 제거해 양성자를 인출합니다. 이 양성자를 특정 물질의 원자핵과 충돌시켜 다양한 동위원소를 생성한 후 정제를 통해 고순도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합니다.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된 동위원소는 종양을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의료용 분야에 많이 이용되는데요. 뿐만아니라 사이클로트론에서 발생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용하면 우주, 재료, 생명공학 등 기초 및 응용과학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주 분야의 과학 기술 개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연구지원과 국제협력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데요. 기초 분야에서는 양성자, 중성자 이용연구를 지원하고 자동화 공정 분야에서는 자동합성장치, 빔조사장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 KAIST, 전남대 등 전국에 분포한 30여개 이상의 산업계, 학계, 연구 분야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기술교류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태국원자력연구원의 요청으로 사이클로트론 및 동위원소 자문교육을 수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원자력연구원에 방사성동위원소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원은 인공지능 기반 사이클로트론 제어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 최초 자율운전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스템을 개발할 것입니다. 또한 고순도 방사성동위원소 대량생산을 위한 분리 및 정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국형 사이클로트론 수출모델을 제시해 방사성동위원소 개발의 ‘아시아 허브’로 거듭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