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일영’(지름 11.2센티미터, 전체높이 23.8센티미터)은 지구본 모양(원구·圓球)의 형태로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각종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된 ‘휴대용 해시계’이다. 필자는 ‘원구일영’ 보도를 접하고 그 ‘휴대용 해시계’의 정확한 작동원리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연구자들의 도움말로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원구일영’의 공은 아래 위의 두 반구(半球)로 나뉘어져 있다. 위쪽 반구는 고정되어 있고, 아래쪽 반구는 좌우로 돌릴 수 있도록 해놓았다. 위쪽 반구에는 시간을 표시한 12시진(2시간 단위) 글자와 시각을 나타나는 세로선 96각(하루 1,440분을 15분 단위로 나눔)이 그려져 있다. 또 시간 표시 아래에는 둥근 구멍을 뚫어놓았다. ‘시간을 알려주는 창문’이라는 뜻에서 ‘시보창’이라 한다.
어떻게 시각을 측정할까. 휴대용이고 해시계이니만큼 이 시계를 처음 세팅할 때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시계에 달린 ‘추를 매단 줄(다림줄·이 시계에서는 흔적만 남아있음)’로 수평을 확인한 뒤, 별도의 휴대용 나침반으로 해시계를 북쪽으로 향하게 한다. 그런 뒤에는 해시계에 달려있는 위도 조절 장치로 현재 있는 곳의 위도를 맞춘다.
그 후에는 좌우 회전이 가능한 아래쪽 반구를 돌려 태양 쪽으로 맞춘다. 아래쪽 반구에는 태양이 비춰서 그림자를 낼 수 있는 영침(影針·일종의 시계침)이 설치되어 있다. 그 영침에 비친 태양의 그림자가 홈(길게 난 구멍) 속에 쏙 들어가 보이지 않게 맞추면 측정 준비는 끝이다. 그런 뒤 영침을 위로 올리면 영침이 가리키는 위쪽 반구에 표시된 12지 시간표시가 시간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밑에 뚫린 구멍(시보창) 속에서 역시 12시진이 새겨진 시각표시(시패·時牌)가 ‘까꿍’하고 나타난다.
위의 시진(12지)은 시간을, 밑의 구멍 속 시진은 시각을 나타낸다. 세종 시대에 발명한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국보)와 자명종인 혼천시계(국보)에도 시보창이 뚫려 있다. 시보창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위쪽 원구에 표시된 12지 시간표시가 12지 중 9개뿐인 게 흥미롭다. 왜냐. 해시계라 굳이 해(亥·21~23시), 자(子·23~01시), 축(丑·01~03시) 등 해가 뜨지 않은 밤 시간을 표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