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북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거점 도시인 케언즈에서 바다로 나서면 대산호초의 거대한 윤곽이 섬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산호 보존 위한 배양과 산란 실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생물체로 이뤄진 지구 최대의 구조물이다. 퀸즐랜드주의 레이디 엘리엇에서 뉴기니 남부의 플라이 강까지 무려 2,000 km에 걸쳐 뻗어 있다.
대산호초는 위성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지구의 유일한 자연물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역에는 2,900여종의 산호와 5,000종에 이르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리는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 의 근간 역할을 하고있다.
천연색 아름다움을 뽐내는 대산호초는 최근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섭씨 30도 이상에서 서식이 힘든 산호군락에 영향을 끼쳤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의 절반 가량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대산호초를 구하기 위해 케언즈 피츠로이섬에는 호주 최초로 해상산호복원연구소가 세워졌다.
산호복원연구소는 2022년 산호를 별도 배양해 4년 만에 산란시키는 데 성공했다.
산호의 산란에는 3명의 해양생물학자와 산호 양식 전문가가 참가했다.
대산호초가 퇴화된 곳에 산호초를 옮겨 심었고, 개척종인 산호들은 산란을 통해 첫 생명을 잉태하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재생의 청신호를 알렸다.
호주해양과학연구소의 연구팀도 유전 공학으로 산호의 여러 종을 교배시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다양한 수온의 바닷물이 담긴 ‘해양시뮬레이터’ 탱크에서 유전자와 미생물로 산호초 혼합종을 만들어 내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온난화와 산성화에 강한 내성을 지닌 혼합종 산호는 멸종 방지라는 긍정론과 생태계 교란이라는 우려를 함께 떠안고 있다.
산호초 여행자들에게는 자외선 차단제 등 산호에 해를 끼치는 화학성분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함께 일고 있다.
창공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산호 군락
케언즈는 대산호초를 알현하는 꿈같은 체험의 교두보인 도시다.
그린, 피츠로이, 덩크아일랜드 등 산호군 위에 놓여 있는 10여 개의 섬으로 떠나는 투어는 온종일 분주하다.
아침 일찍부터 보트에 오르는 탑승객들은 평범한 여행자의 모습이지만 모두들 거대 산호초와의 만남을 꿈꾼다.
그린 아일랜드를 넘어서 아우터 리프 지역까지 두세 시간 내달리면 바다 위에는 정거장이 둥둥 떠 있다.
산호의 훼손을 막기 위해 다이빙 포인트는 운영 회사나 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들 몸통만한 물고기가 유유히 오간다.
산호초의 큰 규모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창공을 선택해야 한다.
헬기에서 조망하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상상 외의 광경을 선사한다.
다이버들이 오갔던 한가롭고 예쁜 바다에 머물지 않는다.
배 위에서, 바닷속에서 봤던 광경과는 완연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하늘에서 바라본 산호 바다는 푸른 혹성이 되고, 산호초 군락은 옥빛 수를 놓는다.
세계유산 ‘쿠란다’ 숲
바다 반대쪽에서 감동을 부추기는 대자연은 케언즈의 숲이다.
케언즈 인근의 쿠란다는 숲에 기댄 마을로 이곳 열대 습윤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숲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숲 위를 가로지르는 스카이레일을 타거나 100년 넘은 열차를 타고 숲을 관통한다.
케언즈-쿠란다간 열차는 1891년 완공 때만 해도 밀림의 목재를 실어나르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뒤 열대우림을 구경하는 관광열차로 바뀌었다.
베트남전 때이용됐던 수륙양용차 역시 쿠란다 일대의 우림지대를 구경할 때 요긴하게 이용된다.
원주민의 삶을 엿보고 캥거루, 코알라도 만난다.
바다와 숲 외에 케언즈의 체험은 하늘과 포구로 이어진다. 서쪽 평야인 마리바 지역에서는 벌룬에 올라 케언즈의 평원과 일출을 만끽하는 오붓한 시간이 주어진다.
요트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와인을 한잔 즐길 수도 있다.
도시 케언즈의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인공 석호인 에스플 러네이드 라군이다.
바다와 맞닿은 채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해변을 따라 라군이 조성돼 있는데 입장 및 시설 사용이 무료다.
해질 무렵이면 도심 뒷골목의 바와 클럽이 한낮 체험의 감동을 증폭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