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상 역시 가까운 시일 내에 노벨상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번 물리학상은 아토초라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원자와 분자 내부 전자의 움직임을 탐구할 수 있는 가장 정밀한 방법을 찾아낸 피에르 아고스티니(82)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런츠 크러우스(61)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및 루트비히 막스밀리안대 교수,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교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토초는 1초의 10억 분의 1인 나노초를 다시 10억 분의 1로 나눈 값으로 펨토초의 1,000분의 1에 해당한다. 가장 작은 원자인 수소의 주위를 도는 전자는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50 아토초다. 기존 정밀 물리학으로도 관측이 쉽지 않은 속도인데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덕분에 자연의 초고속 현상을 관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빠른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해서 셔터 속도가 빠른 카메라와 플래시가 필요한 것처럼 자연의 초고속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관측 속도가 필요하다. 이번 수상자들은 아토초마다 펄스가 번쩍여 움직이는 전자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결정적인 순간’처럼 분자나 원자 속의 전자가 움직이는 찰나를 포착하는 기술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아직은 미시 세계의 관측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나노과학의 초정밀 분석 도구에서 물질의 성질이나 양자적 현상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전자가 아토초에서 움직이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전자 제어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나노초에서 작동하는 소자를 아토초 범위에서 동작할 수 있게 해 계산 속도가 향상된 꿈의 소자 개발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