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2차전지로 주목받는 하이니켈(high-Ni) 배터리 수명을 높일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연구원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 김형섭 박사팀은 하이니켈 양극재 합성 시 발생하는 나노 크기의 결함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제어할 방법을 최초로 제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혁준 박사, 충남대 진형민 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한 결과다.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흔히 사용하는 대표적인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차세대 양극재로 최근 하이니켈(high-Ni) 양극재가 주목받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의 핵심 요소로 가격이 비싸 새로운 양극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을 함유한 양극재 중 고가의 코발트 일부를 니켈로 대체해 니켈 비중을 90%까지 높인 소재다. 저렴하지만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저장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다만, 하이니켈 양극재는 합성이 어렵고, 이 과정에서 입자 내부에 0.1~30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아주 미세한 기공이 발생해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이런 기공이 열처리 조건 등 합성 조건에 따라 크기와 개수가 달라진다는 점이 일부 밝혀졌지만, 기공이 정확히 얼마큼 생기는지는 베일에 가려있었다.
연구팀은 결함 구조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 중성자를 활용했다. 중성자 활용 장치를 통해 하이니켈 양극재 합성 과정에서 열처리 조건에 따라 나노 크기의 미세한 결함이 얼마큼 발생하는지 정량화했다. 조건에 따라 결함의 크기와 양을 정량적으로 알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결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열처리 조건을 찾았고, 저온 전처리 공정을 거칠 경우 부산물 형성이나 나노 크기의 결함이 줄어들어 배터리 수명을 기존보다 10% 향상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장치는 국내 유일의 중성자 연구시설인 하나로의 중성자 소각 산란 및 회절 장치다. 이 장치는 특정 물질에 충돌시켜 반사되는 중성자를 측정해 물질의 성질을 분석하는 첨단 장비다. 특정 물질의 원자핵과 직접 반응하므로 원자의 위치, 움직임과 같은 물질의 미세 구조와 운동까지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사선기술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저탄소 고부가 전극재제조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재료 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9.0)>* 온라인판에 10월 게재됐다.
정영욱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기존 X-선이나 전자현미경보다 중성자가 물질 특성 분석에 더 탁월하다.”라며 “향후 다양한 양극재 개발뿐 아니라 배터리 폭발 원인 분석과 같은 산업계와 과학계의 핵심 난제 해결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 논문명: Toward a Nanoscale-Defect-Free Ni-Rich Layered Oxide Cathode Through Regulated Pore Evolution for Long-Lifespan Li Rechargeable Batteries(입자 내 공극 제어를 통한 나노 결함 없는 장수명 하이니켈계 층상형 양극 소재 개발)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핵심소재 국산화 성공
국내 연구진이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기의 핵심 소재인 중성자흡수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해외 소재보다 수 배 이상 성능이 높아 전 세계 5조 원 규모에 달하는 중성자흡수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 재료안전기술연구부 천영범 박사팀은 해외 소재 대비 핵반응 제어와 구조적 지지 성능이 모두 향상된 중성자흡수재 ‘코나스(KONAS)*’를 개발했다. 중성자흡수재는 원전 핵연료봉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사용후핵연료 조밀 저장대나 건식 저장시설에서 저장 용기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미국, 일본 등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고가의 중성자흡수재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해외의 상용화된 알루미늄 붕소탄화물 기반 중성자흡수재는 중성자의 흡수 단면적이 크면서도 핵분열을 하지 않아 핵반응 제어 성능은 매우 우수하나, 부서지기 쉬워 구조적 지지 성능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3중 벽 구조의 금속 지지체를 만들어 그 안에 중성자흡수재를 삽입하는데, 이런 3중 벽 구조는 붕괴열 방출 효율이 떨어지고, 복잡한 설계로 제작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지지체 없이 단일 벽 바스켓 구조면서 핵반응 제어와 구조적 지지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원천 소재 개발에 집중했다.
먼저 열역학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기초연구를 통해 외부 충격에 강한 타이타늄 금속 기반 최적의 중성자흡수재물질 조합을 도출했다. 약 400 여 종에 대한 합금 제조와 평가를 통해 최적화된 합금 조성과 열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편을 국내 유일의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에서 검증한 결과 중성자흡수 성능이 해외 소재 대비 1.6배 이상 높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또한, 변형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의 크기인 항복강도는 2배,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은 20배나 높은 것도 확인했다. 단일 벽 구조의 단일 소재를 통해서도 핵반응 제어 성능과 구조 지지 성능을 한 번에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약 40만 톤 수준으로 저장을 위한 건식 저장 시장규모는 170조 원 이상이며, 저장시설의 성능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중성자흡수재 소재 시장규모도 5조 원에 달한다. 미국, 일본 등 시장 선도 국가에서도 이런 성능을 갖는 중성자흡수재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코나스’가 세계 중성자흡수재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성능을 지닌 중성자흡수 구조재의 물질조성 및 제조 방법에 대해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고, 이번 달 5개국에 해외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제조공정최적화 등을 추가로 진행한 후 국내 산업체와 연계하여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