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얼어 죽을 만큼 추운 겨울

지구온난화의 거울

2023년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극지방을 방불케 하는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나흘의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1월 25일에는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7.3도, 체감기온은 영하 25도로 시베리아보다 더 추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다는 부산도 수은주가 영하 11.7도까지 떨어져 겨울왕국을 만들었다.
이처럼 올겨울 기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은 북극 5 km 상공에 머무는 영하 40도 이하의 차가운 공기가 북서풍을 타고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원래는 제트기류가 차가운 공기를 둘러싸 남쪽으로 하강하는 것을 막아주는데 북극 주변 기온이 높아지면서 제트기류의 힘이 빠져 찬 공기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지난 2004년 개봉한 재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의 내용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남극과 북극 빙하가 녹으며 바닷물의 온도가 13도 가까이 떨어지고,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지구 전체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인 빙하기가 되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실제로 이번 한파뿐만 아니라 올겨울은 지난 겨울보다 눈도 많고 더 춥다.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지구온난화라면서 왜 이리 추워’라며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지구온난화를 음모론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 (출처 : 미국 지구과학협력연구소)

올겨울은 지난 겨울에 비해 춥고 눈도 많이 내리고 있다. (출처 : 서울신문 DB)

날씨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공기의 상태이다. 공기는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날씨는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후는 일정 지역이나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장기간의 대기 현상을 종합한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는 기후와 기상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날씨는 오늘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를 알려주고, 기후는 옷장에 어떤 옷을 넣어두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기후를 변화시키고, 기후 변화는 생태계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브레멘대 해양환경과학 연구센터,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 보어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1월 19일 ‘네이처’를 통해 북극 그린란드 빙상(Ice Sheet)의 최근 기온이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높은 상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륙 빙하로 불리는 빙상은 육지와 육지 주위를 덮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남극 대륙과 북극의 그린란드에만 있다. 빙상의 표면은 차갑지만 바닥은 얼음 압력으로 생긴 열로 인해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그린란드 빙상은 크기와 복사 효과, 담수 저장 등을 통해 기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에 있는 기상 관측소들은 빙상 가장자리에 주로 자리 잡고 있어 온난화 영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빙상 중앙의 온난화 효과는 오랫동안 관측되지 않아 그 영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1100년부터 2011년까지 그린란드 중북부 지역의 온도 변화를 재구성하기 위해 북그린란드 5곳에서 빙하 코어를 채취해 분석했다. 빙하 코어는 땅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얼음을 분석하기 위해 뽑아낸 길쭉한 원통형 얼음이다. 그 결과 2001~2011년 그린란드 빙상의 온도는 1961~1990년보다 1.7도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고, 20세기 전체보다 1.5도 더 따뜻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8세기 이후 발생한 인위적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연구를 이끈 빙하학자 마리아 횔홀드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박사는 “그린란드 지역의 온난화는 빙상을 녹게 만들고, 그로 인해 차가운 얼음물이 해수 온도를 변화시켜 북반구 지역 기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중에서 본 북극 그린란드의 빙상 (출처 : 위키피디아)

지구온난화와 함께 짝을 이뤄 단골처럼 언급되는 것이 생명 다양성 감소와 멸종 위기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는 1월 19일 자에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텔아비브대 동물학부, 스위스 제네바대 해양환경과학과, 미국 오레곤주립대 산림학부 공동 연구팀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미래의 극한 기온은 육상 동물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제시된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맞춰 2099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날 극한 기온 현상의 예상 빈도, 기간, 강도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약 3만 3,600종의 육상 척추동물의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금세기 말까지 4.4도까지 기온이 상승할 경우 41 %에 달하는 육상 동물이 극한 기후에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양서류와 파충류는 각각 55.5 %, 51.0 %가 극심한 폭염에 노출돼 생명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온 상승 3.6도를 가정한 중상위 시나리오에서는 육상 동물의 28.8 %, 온난화가 1.8도로 제한되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는 6.1 %만 극한 기온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양서류와 파충류 (출처 : 위키피디아, 미국국립과학재단)

과학자들은 지금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지면 금세기 말 지구 육상 생물의 절반 가까이가 극한 기후에 노출돼 멸종 가능성이 커진다는 경고를 내놨다. (출처 : 미국항공우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