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과학과 예술 결합한 밀레니엄 파크

미국 시카고

미국 시카고의 첫 인상은 높고 단아하다.
현대건축으로 단장된 도시의 뒷골목은 블루스와 재즈 선율이 흐른다.
도심 공원에는 과학기술의 경이로움이 깃들어 있다.

첨단 기술 동원된 흥미로운 공원

시카고는 여행자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윈디 시티(Windy City)’다. 고층빌딩 사이로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카고에는 예술미 가득한 건축물들이 자리했다.
도심 속 밀레니엄 파크는 여러 건축물을 제치고 시카고의 상징이 된 곳이다. 2005년 문을 연 공원은 과학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현대건축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거대한 비디오 스크린에 다양한 얼굴이 반복되는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는 최첨단 카메라와 당시에는 생소했던 LED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26만여 개의 LED 포인트가 들어있는 147개의 스크린은 시카고 시민 1,000명의 얼굴을 펼쳐낸다. 변화무쌍한 얼굴 영상은 컴퓨터 컨트롤러에 의해 정밀하게 작동되며, 영상이 멈추면 입에서 분수를 쏟아내는 재미있는 풍광을 만들어낸다. 크라운 분수 제작에만 총 1,700만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심 마천루를 다채롭게 굴절시켜 보여주는 은색 땅콩 모양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는 인기 촬영 명소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반사와 굴절이라는 광학 요소를 치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구현한 조형물이다. 이음새를 완전히 없앤 스테인리스 강판은 강추위 등 기온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됐다.
공원 중앙 야외음악당의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은 첨단 공중 음향 시스템이다. 좌석 위 상공에 거미줄처럼 펼쳐진 장치는 컴퓨터 제어를 통해 어느 좌석에 앉든 실내 공연장 같은 음향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카고의 마천루

화재 딛고 일어선 건축가들의 땅

시카고는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도시다. 1871년 시카고 대화재(Great Chicago Fire)로 도시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현대건축 도시 ‘시카고’가 시작되었다. 화재로 도심의 60 % 이상이 소실되자 도시 재건에 나섰고, 거대 자본과 결합하면서 시카고는 건축가들의 실험 무대가 됐다. 1885년부터 다니엘 버넘, 루이스 설리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남겼다. 시카고의 또 다른 닉네임 ‘큰 어깨의 도시(City of Big Shoulders)’는 130년이 넘는 역사를 바탕으로 붙여진 셈이다.
시카고 대화재를 상징하는 건물이 바로 워터 타워(Water Tower)다. 대화재 때 유일하게 타지 않고 남은 공공건물인데, 1867년부터 무려 69년에 걸쳐 완성된 급수탑으로 미시간호의 물을 끌어 올려 다운 타운에 수돗물을 공급했다. 미시간 애버뉴 확장공사 때도 시민들의 반대로 철거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탑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가 우회하도록 했다. 워터 타워는 화재 이후 지금까지 시카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1969년 최초의 아메리칸 워터 랜드마크(American Water Landmark)로 지정됐다.
시카고의 또 다른 랜드마크이자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 신문사인 <시카고 트리뷴>의 사옥인 ‘트리뷴 타워(Tribune Tower)’ 외벽에는 세계 곳곳에서 수집해 온 유명한 건축물의 조각들이 박혀있다. 중국의 만리장성, 프랑스의 개선문, 인도의 타지마할, 독일의 베를린 장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원성의 한 조각도 만날 수 있다.
미시간 애버뉴에 위치한 ‘존 핸콕 센터(John Hancock Center)’는 100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으로 높이가 343 m에 달한다. 94층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미시간 호와 다운 타운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이는 ‘윌리스 타워(Willis Tower)’가 높지만, 야경이 아름답기로는 존 핸콕 센터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밀레니엄 파크 중앙의 야외 음악당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

시카고 대화재를 상징하는 ‘워터 타워’

블루스, 재즈 페스티벌의 도시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 마리나 시티

시카고 강을 거스르는 건축물 투어 크루즈에 오르면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 ‘마리나 시티(Marina City)’, 시계탑이 상징인 고풍스러운 ‘리글리 빌딩(Wrigley Building)’등 대표적인 시카고의 건축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도심에 흐르는 재즈 운율은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을 감미롭게 바꾼다. 시카고는 ‘올 댓 재즈’ 등을 히트시키며 영화로도 제작된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이 된 곳이다. 과거 시카고는 재즈의 중심지였고, 무디 워터스나 척 베리 같은 유명 가수가 시카고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블루스와 재즈 페스티벌 외에도 가스펠, 라틴 음악 페스티벌이 이 도시에서 일 년 내내 펼쳐진다.
시카고 강에서 오크 거리까지 연결되는 ‘환상의 1마일(Magnificent Mile)’은 연간 2,000만 명이 찾는 쇼핑거리다. 수백 개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밀집돼 있고, 대부분 특급호텔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할 스테드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바(Bar)가 모여 있고, 근처에는 한때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 운영했다는 식당도 있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는 야구 마니아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다. 수상 요새였던 시카고 강 북쪽 네이비 피어에서는 주말이면 각종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웬만한 책보다 두껍기로 소문난 시카고 피자는 꼭 맛봐야 할 별미이며, 시카고에는 맥도널드 햄버거 1호점도 있어 눈과 입 모두 즐거운 여행지다.
시카고에는 일년 내내 블루스와 재즈 페스티벌, 가스펠, 라틴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