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속 3D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덕분에 관객들은 주인공을 실제 배우라고 착각할 정도다. 어떻게 CG만으로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 특히 아바타 2편은 물과 관련된 CG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물빛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빛이 한 땀 한 땀 반사되고 굴절되는 하나 하나의 점들이 깨알같이 화면에 투영된다.
아바타 2편의 자연스러운 수중 장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고사양의 컴퓨터를 활용해 복잡한 물의 물리역학을 세밀하게 계산해 낸 결과다. 3시간이 넘는 아바타 화면들은 초당 약 4억 개의 점(픽셀)에 대한 계산으로 만들어졌다.
3D 오브젝트는 형태를 모델링한 후 렌더링(Rendering) 작업이 이뤄진다. 렌더링 과정 중 3D 오브젝트의 각도에 따른 빛 반사, 굴절, 음영, 투과 등의 수치를 계산해야 한다. 아바타의 압도적 화질은 4K HFR(High Frame Rate) 사양이다. 4K는 가로 3,840개, 세로 2,160개의 픽셀, 약 830만 개의 점이 찍혀 화면을 구성한다. 각 픽셀이 갖는 물리적 특성을 모두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 Central Processing Unit)만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래픽카드 전용 처리장치(GPU : Graphics Processing Unit)를 이용해 연산 성능을 높인 슈퍼컴들이 등장했다. GPU는 수많은 코어를 기반으로 동시에 개별 그래픽 값을 계산하는 것이 특징이며, 많은 CG가 사용되는 영화에도 필수 아이템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우주, 바이오, 재난재해, 전염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의 성능이 가장 앞선다. 70억 명이 420년 동안 계산할 양을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25.7 페타플롭스 성능이다. 최근에는 페타(Petabyte)를 넘어 엑사(Exabyte)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1 엑사는 100경 바이트다. 미국 AMD사가 ‘프론티어’라는 1.1 엑사 슈퍼컴을 공개한 바 있다고, 2023년에는 인텔의 2 엑사급 슈퍼컴 ‘Aurora’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KISTI에서 0.6 엑사급 슈퍼컴 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