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간이 지구 이외의 천체에 발을 내디딘 것은 달이 유일하다. 54년 전인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려앉고 승무원들이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겼을 때 전 세계는 열광했다. 한동안 우주탐사에 대한 열기는 시들하다가 2010년 이후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탐사 열풍이 불고 있다.
달과 화성을 넘어 태양계 5번째 행성이자 가장 큰 행성인 목성 탐사의 여정이 지난 4월 14일 시작됐다.
유럽우주국(ESA)은 유럽 최초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를 지난 4월 14일 오전 9시 14분(한국 시간 오후 9시 14분)에 남미 대륙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주스 탐사선은 아리안5 우주발사체에 실려 하늘로 솟구쳐 올라 발사 27분 뒤 1,500 km 상공에서 분리됐다. 당초 전날 오전, 같은 시간에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발사장 근처에 낙뢰 가능성이 있어 24시간 연기됐다. ESA에서 개발한 아리안5 로켓은 2021년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우주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번에 발사된 주스 탐사선은 목성까지 도달하는 데 약 8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목성까지 여행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지구와 달, 금성, 화성의 중력을 이용한 플라이바이(Flyby)를 하기 때문이다. 플라이바이는 행성과 위성의 중력을 활용해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추진력을 얻어 비행에 사용되는 연료를 아끼는 방법이다. 주스 탐사선은 2031년 7월 목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지만 궤도 진입 6개월 전인 같은 해 1월부터는 과학 연구를 시작한다.
목성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면서 태양계 8개 행성을 모두 합친 질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름이 약 14만 3,000 km로 지구의 약 11배에 이른다.
목성은 또 수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어 ‘작은 태양계’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까지는 인접한 토성이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 2월 국제천문연맹(IAU) 소행성센터(MPC)는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에서 발견한 목성 위성 12개를 추가로 인정하면서 목성의 위성은 92개가 돼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갖게 됐다. 목성과 토성은 그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위성을 갖고 있으며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위성이 수백 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목성의 많은 위성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직접 만든 굴절망원경을 이용해 1610년에 발견한 4개의 ‘갈릴레이 위성’이다. 4개의 위성은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로 이름 붙여졌다. 주스 탐사선은 이오를 제외한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3개의 얼음 위성을 관측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이오는 목성과 가장 가깝지만, 화산이 있는 뜨거운 위성으로 알려져 있다.
ESA 소속 과학자들은 이들 3개의 얼음 위성의 표면 아래 깊숙한 곳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인 액체상태의 물로 이뤄진 광활한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심해저와 흡사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달보다 작은 크기의 유로파는 15~25 km 두께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실제로 2016년 허블우주망원경은 유로파 표면에서 물기둥이 치솟는 것을 관측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로파를 비롯한 얼음 위성들에서 생명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금성은 표면 온도가 475 ℃를 훌쩍 넘어 납을 녹일 정도이며 화성은 수십억 년 전에 대기와 지표수가 사라져 생명체를 찾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많은 위성을 거느린 목성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주스 탐사선은 2031년 목성 궤도에 진입한 뒤 2034년까지 플라이바이 방식으로 3개의 위성을 근접 비행하며 탐사 활동을 수행한 뒤 2034년 12월 가니메데 궤도에 진입해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주스 탐사선이 가니메데를 집중 탐사하는 이유는 다른 갈릴레이 위성보다 목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목성의 자기장 영향을 덜 받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내년에 목성 위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한다. NASA의 유로파 클리퍼는 발사는 늦게 하지만 주스 탐사선보다 1년 빠른 2030년에 목성 궤도에 진입한 뒤 유로파를 집중 탐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NASA와 ESA는 2031년부터는 유로파 위성의 생명체 흔적과 바다를 공동 탐사하게 된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더그래스 타이슨을 비롯한 많은 천문학자는 “달이나 화성이 아닌 곳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다면 바로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일 것”이라며 “만약 이곳에서 생명체 흔적을 발견한다면 태양계에서만 생명체가 두 곳에서 따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생명체가 지구, 태양계가 아닌 은하계 곳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