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과학과 윤리의 공존

<프랑켄슈타인>

 
질문1)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빠른 속도로 철길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철길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달린다면 5명의 인부는 죽을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전차의 방향을 바꿀 기회가 있습니다.
단, 다른 방향의 철로 위에도 1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질문2) 당신이 육교에서 철길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철길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고 전차가 멈추지 않는다면 5명의 인부는 죽을 것입니다.
마침 당신 옆에 덩치 큰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사람을 밀어 철길로 떨어뜨린다면 전차를 멈출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두 개의 질문은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Philippa Foot)’과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톰슨(Judith Thomson)’이 고안한 ‘윤리학 분야 사고 실험’으로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가?’라는 윤리에 관한 질문이다. 이를 ‘과학기술 분야’에 대입한다면 ‘인공지능’, ‘원자력’, ‘유전자 복제’ 등 인간에게 매우 유용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는 ‘기술의 위험성’이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205년 전 등장한 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은 ‘기술의 위험성’이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 우리에게 깊이 있는 생각재료를 제공한다.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는 널리 유명하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1931년 유니버셜픽처스 영화사에서 제작한 영화 덕에 ‘머리에 나사가 박혀있는 초록색 괴물’이라는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것이다. 종종 그 친구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적 호기심과 탐구심이 가득한 대학생으로 과학의 세부 학문 전반을 두루 섭렵한 천재다. 그는 과학 전반을 섭렵한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연철학’ 즉, ‘죽음의 통제’, ‘생명의 창조’, ‘영생’ 등의 탐구에 매진한 끝에 영안실, 묘지, 도살장 등에서 수집한 뼈와 살을 이어 붙여 강력한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생명 창조에 성공한다.
그렇지만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모아 조립하겠다’라는 원래 계획과 달리 구역질이 날 만큼 추악한 모습의 육체가 완성되었고, 그 육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겁을 먹고 도망쳐버린다. 실험실에서 홀로 눈을 뜬 괴물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세상과 마주하는데. 호의를 베풀며 인간에게 다가서려 했지만 인간들은 도망치거나 돌을 던지고 총을 쏘며 그를 공격했다.
약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괴물은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책을 읽으며 빠르게 높은 지적 수준에 도달했고, 동시에 자신을 배척하고 공격하는 인간에 대한 혐오와 그런 처지에 놓인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갖게 되었다. 결국 자신을 만 들어낸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간 괴물은 자신과 같은 종인 이성의 괴물을 만들어 달라 요구하기에 이른다.
프랑켄슈타인은 고민에 빠진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자신과 가족 모두를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새로운 육체를 만들겠다고 는 했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완성을 목전에 둔 시점에 제작 중이던 육체를 파괴해버린 프랑켄슈타인. 분노한 괴물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살해하는 복수를 실행했고, 괴물을 추격하던 프랑켄슈타인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작품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로서 그리고 창조주 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을 저질렀다.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해 완성한 결과물을 순간적인 감정만으로 방치해 세상의 혼란을 야기한 탓이다. ‘생명의 창조’는 엄청난 업적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작품에서 그 업적은 전혀 유용하지 못했다. ‘생명의 창조’로 인해 ‘생명의 죽음’이 발생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윤리의식과 도덕적 판단이 더해지지 않은 무분별한 기술 발전은 인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엄청난 업적임에도 말이다. 그럼 여러분에게 질문하겠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알고리즘을 개발 중인 당신, 사고가 일어나면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구를 먼저 보호하겠는가?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난처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렇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는 ‘비가역적 상황’에 놓여있다. 이를 ‘트롤리 딜레마’에 대입한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멈출 수 없는 전차에 해당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 놓인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판단이 아닌 ‘인간’과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신뢰를 바탕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창조주로서의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