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무병장수를

위해 필요한 것들

 
과학기술의 발달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은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에는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고로롱팔십’이란 옛말처럼 각종 노환으로 시달리며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의과학자들은 ‘무병장수’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영국 런던대(UCL) 의대, 일본 국립 노인학·노인의학 연구센터, 일본학술진흥회, 지바대 예방의과학센터,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공동 연구팀은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의학> 9월 12일 자에 발표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취미가 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뭔가 특별한 것, 대단한 것을 한다고 답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취미는 여가 시간에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이런 취미 활동은 고독감을 줄이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았다. 문제는 주로 한 두 개 국가를 대상으로한 분석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국가나 문화적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팀은 취미 활동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한 5개 장기 추적 조사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했다. 연구팀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16개국 65세 이상 남녀 9만 3,263명에 대한 자료를 재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년층은 취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취미 활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 스스로 느끼는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건강 측정치가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를 가진 사람은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더 높고 우울 증상도 더 적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런 결과는 대인 관계, 고용 상태, 가계 소득과 같은 다른 요인을 조정한 뒤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데이지 팡코르 UCL 교수(정신생물학·역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취미 활동과 건강 사이 연관성은 국가나 민족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라면서 “많은 사람이 취미라고 하면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만 생계와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취미이고 그런 것들이 건강과 수명을 늘려주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영국, 호주 국제 공동 연구팀도 건강한 생활 습관이 건강 수명을 늘리고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에는 중국 푸단대 뇌·지능과학연구소, 상하이 계산신경과학 연구소, 절강사범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행동 및 임상신경과학 연구소, 워릭대 컴퓨터과학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국제보건연구소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정신 보건> 9월 12일 자에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성인 20명 중 1명이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울증은 비만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공중보건학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질환으로 꼽힌다. 더군다나 우울증을 앓는 경우 평균 1.65년 노화가 더 빨리 진행돼 기대수명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증 발병은 유전과 같은 생물학적 원인과 생활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발병 요인 간 상관관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대표적인 바이오 빅데이터인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29만 명의 자료를 9년 동안 정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우울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7가지 건강한 생활 습관 요인을 밝혀냈다. 1) 금연, 2) 절주, 3) 과일 및 채소 중심 식단, 4) 규칙적 신체활동, 5) 숙면, 6) 사회적 관계 유지, 7) 지나친 좌식 생활 피하기가 그것이다. 이 중 하루 7~9시간의 숙면은 단기 우울증과 치료 저항성 우울증 등 다양한 우울증 위험을 22% 감소시켰다. 또 잦은 사회적 관계는 우울증 위험을 18% 낮출 수 있으며 재발성 우울장애를 가장 잘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절주는 11%, 건강한 식습관은 6%, 규칙적 신체활동은 14%, 금연은 20%, 좌식 생활을 피하는 것은 13% 만큼 우울증 위험을 감소시켰다. 연구팀에 따르면 7가지 좋은 생활 습관 중 6가지 이상 지키는 사람과 4가지 이상 지키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각각 57%, 4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울증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DNA를 분석해 우울증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변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유전적 위험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25%에 불과했다. 이는 생활 습관보다 영향력이 훨씬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지안펭 펭 영국 워릭대 교수(계산생물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적 요인과 상관없이 건강한 생활 습관이 우울증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우울증은 청소년기에도 시작될 수 있는 만큼 건강한 생활 습관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