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스톡홀름에서 중세 유럽을 만나다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노벨상의 도시’다. 시상식이 열리는 매년 12월 10일이면 추위와 어둠을 떨치고 도심이 분주해진다.
인류에 공헌한 과학자 등 ‘위대한 인물들’이 최고 권위의 상을 받기 위해 발트해의 도시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노벨의 고향에서 열리는 시상식

스톡홀름 곳곳에는 노벨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알프레드 노벨은 1833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등 350여 개 발명품을 남긴 엔지니어이자 과학자다. 생전에 큰 부를 축적한 노벨은 매년 전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금을 주라는 유언을 했고, 그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여하고 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12월 10일은 노벨이 생을 마감한 날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회토리예트 광장에 위치한 스톡홀름 콘서트하우스에서 거행된다. 시상식 후에는 만찬이 열리는데, 스톡홀름 시청사에서다. 만찬이 열리면 스톡홀름 시청은 지구촌의 기념비적 행사를 위해 건물 전체를 고스란히 내어준다. 시청사 블루홀에서 만찬이 시작된 뒤, 골든홀에서 노벨상 파티와 무도회가 펼쳐진다. 만찬은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일부 스웨덴 사람들은 TV 앞에 옷을 차려입고 호화로운 식사를 하며 노벨상 시상식을 즐기기도 한다. 콘서트하우스와 시청사뿐만 아니라, 12월 노벨상 주간에는 도심 전역이 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진다.

노벨상 수상자는 각각 다른 공간에서 미리 선정된다.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학술원에서 결정한다. 생리의학상은 카롱링스카 연구소에서, 문학상은 스웨덴 학술원 등에서 결정한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이 아닌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서 가려진다. 노벨상은 스웨덴 국왕이 직접 시상하며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3억 5천만 원)다.

스톡홀름의 감라스탄 지역에는 노벨 박물관도 위치해 있다. 120년의 역사를 지닌 노벨상의 흔적과 역대 수상자를 만날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이다. 1901년 제1회 노벨물리학상은 ‘X선’을 발견한 독일의 빌헬름 뢴트겐이 받았다. 여성 첫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의 가족은 2대에 걸쳐 남편, 딸, 사위 등이 노벨상을 휩쓸었다. 노벨 박물관 레스토랑에서는 노벨상 만찬 때 제공되는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다.

황금 모자이크의 시청사 & 중세의 감라스탄

스톡홀름은 ‘통나무 섬’이라는 뜻을 지녔다. 도시 전역이 14개의 큰 섬과 수십 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서쪽은 멜라렌 호수, 동쪽은 발트해가 감싸 안은 형상이다. 인근에는 2만 5천여 개의 군도가 흩어져 있다.

중앙역 인근의 스톡홀름 시청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사로 사랑받는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시청사는 최고의 장인들을 동원해 1911년 완공됐으며, 2층 시의회 의사당은 바이킹의 배를 본떠 지었다. 시청사의 백미는 ‘황금의 방’으로 부르는 골든홀로 1,900만여 개의 황금 모자이크가 찬란하게 빛난다. 높이 106 m 시청사 탑에 오르면 스톡홀름 전경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시청사에서 다리를 건너면 감라스탄 지구로 연결된다. 옛 건축물이 늘어선 감라스탄 지구에 들어선 순간, 시간여행에 빠져든다.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왕궁,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 공존한다. 감라스탄의 중심인 대광장은 13세기 중세 분위기가 남아 있는 대광장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좁은(90 cm) 골목과 가장 작은(15 cm) 동상도 감라스탄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골목, 항구, 지하철에 스며든 문화적 향취

최근 스톡홀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가 감라스탄 남단의 쇠데말름 지구다. 골목에는 빈티지 숍과 팝업 스토어가 즐비하며, 그래서인지 이곳으로 청춘들이 몰려든다. 쇠데말름과 가까운 마리아베르엣 전망대에서는 발트해와 스톡홀름 도심의 아름다운 윤곽이 아스라이 드러난다. 고즈넉한 도시 옆으로 배들이 한가롭게 오가는 풍경이 펼쳐진다. 스톡홀름 곳곳은 뱃길로 연결된다. 항구도시답게 크고 작은 여객선이 다니고 핀란드 헬싱키까지 크루즈도 오간다. 선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군데군데 섬 위에 집이 들어선 이색적인 풍광들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스톡홀름에서는 ‘투넬바나’로 부르는 지하철을 애용한다. 지하철은 만과 해협 사이를 오가기 위해 수십 미터 되는 깊은 땅속을 관통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도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이런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곳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100여 개의 지하철역 중 90여 곳에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스톡홀름에는 지하철역만 둘러보는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스톡홀름 사람들은 ‘피카(FIKA)’를 중요한 일과로 여긴다. 피카는 지인들과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여유 시간을 뜻한다. 이방인들은 인사말 다음으로 피카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회사에서도 피카 시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달달한 케이크와 함께 피카를 향유할 카페들을 찾는 것은 스톡홀름을 여행하는 또 다른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