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8
원자력 e-뉴스레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자력의 연구 개발과 올바른 이용을 알리기 위해 매월 발간하는 종합 소식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 중에는 뜻하지 않은 발명품이 많이 있습니다.
두통제 개발 중 우연히 탄산수가 섞여 들어가 탄생한 코카콜라, 더 강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생겨난 포스트잇까지.
오늘의 이야기는 실험 중 우연히 발명된 액체 원자로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냉전 초기, 미국과 소련은 원자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화력, 수력 등 기존 발전방식과 비교해 원자력은 적은 양으로도 장기간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나라는 원자로를 활용한 운송수단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덜 다듬어진 초기 원자로는 그 크기가 굉장히 컸습니다.
3,500t 규모의 노틀러스 호에도 원자로 CP-1은 실을 수 없었죠.
핵연료 농축 등의 기술 개발로 원자력잠수함 제작에는 성공하지만, 하늘은 또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원자로의 소형화와 안정화가 더더욱 중요해졌죠.
1954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항공기 원자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원자력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열 운반용 원자로 실험을 실시하는데요,
이때 용융불화염을 연료로 사용하게 되는데, 2.5MWt의 출력으로 무려 221시간(9일)동안 연속 가동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액체연료 원자로 실험으로 기억됩니다.
용윰불화염을 이용한 액체연료 원자로, 용융염원자로는
플루오린(F)이나 염소(CI)의 화합물인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데요.
용융염이란 고체의 염을 고온으로 녹인 것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용융염 원자로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녹은 상태로 냉각재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액체연료 원자로라고도 불리는 거죠.
현재 상용 중인 원자로는 고체 상태의 우라늄 핵연료 집합체를 장전하는 반면,
용융염원자로는 유동성을 갖는 액체 핵연료를 사용합니다.
1기압 상태의 용융불화염은 방사능과 같은 높은 열에도 불구하고 기계적·화학적으로 안정상태에 머무릅니다.
따라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럼 원자로 냉각 장치가 정지돼 핵연료가 위치한 노심부가 녹는 멜트다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용융염원자로의 핵심은 핵연료 집합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데요.
우라늄핵연료가 여러개 모이면 핵연료봉, 여러 다발의 핵연료봉이 모이면 핵연료 집합체가 되는데요.
용융염원자로는 핵연료 집합체까지 만들 필요가 없어 소형화에 훨씬 유리합니다.
노심이 작으면 더 많은 핵연료가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어 핵분열 반응도 활발하죠.
원자로 구조가 간소화된 만큼 핵연료 재장전방법도 단순한 편인데요,
교체 시 운전을 정지해야하는 기존 원자로와 달리 용융염원자로는 가동 중에도 연료를 쉽게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운전 방법도 쉬워져 무인 운전이 가능한 차세대 원자로라 평가됩니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용융염원자로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용융염원자로의 핵연료로 Th-232(토륨)을 이용할 경우,
핵분열 물질인 U-233(우라늄-233)을 얻기 위해서는 재처리를 거쳐야 합니다.
U-233이 중성자를 흡수하게 되면 U-234로 변하게 되고,
U-234는 핵무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있어 핵확산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용융염원자로에 기대되는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원자력 스타트업 '테라파워' 또한 용용염화물 고속 원자로에 주목,
그 외 미국·유럽에 위치한 25개 스타트업 기업들이 용융염원자로를 이용한 소형 원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안정성과 경제성, 연료공급의 지속성 그리고 장수명 고방사능 핵종 소멸처리에 초점을 둡니다.
이에 국내 용융염원자로 연구진은 크게 3가지 목표를 세웠는데요.
1. 30년 이상 운전 지속 가능한 LEU 노심 운영
2. 용용염 온도별 CS/I 방출 억제 특성 평가
3. 무인, 자율 운전의 타당성 입증을 위한 연구
빠르고 오래 나는 항공기에서 시작된 새로운 기술,
이제는 신재생 에너지와 상생하는 소형 원전을 꿈꾸며 개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