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2
원자력 e-뉴스레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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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RE100 즉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용 캠페인은 기업이 자사 공장 가동에 사용하는 전력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공급되는 기자재의 생산 과정에서도 전적으로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주창자들은 애플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자사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에 RE100을 요구할 것이므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더딘 우리나라에서 삼성이 낭패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반도체 제조용 노광 장비를 독점 납품하는 네덜란드 ASML이 슈퍼 을로서 장비 수요자에게 RE100을 요구하므로 삼성전자가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일 수 없음은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 타이완, 일본의 무탄소 전력 실정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보유국인 타이완은 2022년 석탄과 가스를 포함하는 화력 발전 비중이 84%이다. 무탄소 전력은 1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무탄소 전력 비중은 각각 32%, 37%로서 3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29%로 높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보면 일본이 23%로 제일 높고, 우리나라와 타이완은 각각 7.8%, 7.7%로 유사하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것은 9.4%인 태양광에 더하여 수력이 9.2%를 차지할 만큼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타이완은 지형 여건상 수력 비중이 높을 수 없다.
우리나라 태양광은 4.5%로 일본의 반 정도 되지만 일본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3.8배인 걸 고려하면 단위 면적당 태양광 밀도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고,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이다. 3국 모두 풍력 비중은 작지만 그래도 그 중 타이완이 1.2%로 제일 높기는 하다.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 우려 때문에 풍력 발전기 설치가 쉽지 않고 우리나라는 풍속이 낮아 발전단가가 높은 게 풍력이 저조한 이유이다. 타이완에서는 해상 풍력 확대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워낙 화력 발전 비중에 높고, 더구나 탈원전을 하고 있기에 RE100은 불가능하다.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활용이 급증하면서 데이터 센터에 GPU 서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NVIDIA의 TSMC에 대한 반도체 주문이 급증하여 TSMC는 근래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며 주가 총액이 삼성전자보다 많다. 이런 기업이 타이완에서 불가능한 RE100 때문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오히려 TSMC와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반도체 회사는 고품질의 대전력이 필요하기에 원자력과 같은 안정적인 청정 전력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전력 다소비 기업 1, 2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다. 2022년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5GWy(기가와트-년)에 달했다. 이는 원전 3기가 필요한 막대한 전력량이다. 현재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특화 단지에는 총 10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 중 3GW는 우선 단지 내 LNG 발전소를 건설하여 충당하기로 되어 있다. 재생에너지 확충 계획이 수립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반도체 산업에 안정화된 전력이 필수임을 방증한다. 그런데 LNG 발전은 석탄 발전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1GW 용량의 LNG 발전소가 1년간 가동하면 약 35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3GW이면 연간 천만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RE100이 절대선이 될 필요는 없다. 목표는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처이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해 전력뿐만 아니라 비전력 부문에서 탄소 감축을 이루어 가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을 포함하는 CF100(Carbon Free 100%)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선 재생에너지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타이완과 일본의 동참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