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1
원자력 e-뉴스레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자력의 연구 개발과 올바른 이용을 알리기 위해 매월 발간하는 종합 소식지입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지난 2월 27일 산업부 제2차관 주재로 용인 반도체국가첨단산업특화단지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관한 회의가 열려 관계기관 TF가 발족했다. 용인시 일대 3개 부지 총 약 13km2의 광대한 면적에 조성될 반도체특화단지에는 총 10GW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중 2036년까지 우선 필요한 3GW는 단지 내 LNG 발전소 신규 건설을 통해 공급하고 나머지 7GW는 2037년 이후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공급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반도체 산업은 고품질의 대전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2021년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은 184억kWh로 이는 1GW 즉 100만kW 발전소 2.1기가 1년 내내 발전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발전소 정비기간과 송전 손실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만을 위해 3GW 정도의 발전용량, 즉 원전 3기 정도가 필요할 만큼 반도체 산업은 대전력을 요한다. 나아가 정교한 반도체 제조 장비는 전력 주파수의 미세한 변동에도 오작동할 수 있으므로 고품질 전력을 요한다.
전력의 품질은 주파수 변동폭으로 결정되는데 우리나라 전력망은 허용 변동폭인 ±0.2Hz 보다 훨씬 작은 범위에서 안정적인 주파수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는 그동안 고품질 대전력을 저비용으로 공급했던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 덕이 크다. 그 기저에 원자력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 센터의 메모리와 CPU, GPU 등 프로세서에 필요한 반도체의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이 도약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뿐만 아니라 고품질 전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2037년 이후 용인 반도체국가첨단산업특화단지에 송전망을 통해 공급될 전력 7GW에는 호남 지방의 태양광과 해상풍력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 재생에너지 전력은 변동성이 크기에 안정화를 위해서는 대용량의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런 저장장치의 운용비용은 발전비용보다 비쌀 수 있어 전력 비용이 높아진다. 고비용 전력은 반도체 생산 단가의 상승을 초래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고품질 전력을 저비용으로 확충하려면 원자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2030년대 이후에는 탄소중립 필요성뿐만 아니라 AI의 본격적 활용에 따라 전력 수요가 현재 예상하는 정도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이 저비용 안정적 무탄소 대전력원인 원자력 확대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향후 원자력은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해 확대할 수가 있다.
SMR은 소형화와 혁신적 안전개념 구현을 통해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을 높이고, 모듈화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차세대 원전이다. SMR을 적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의 국내 실증을 조속히 추진하여야 한다. 아울러 전력뿐만 아니라 공정열 공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고 조기 실물화가 가능한 다른 유형의 SMR 개발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