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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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윤(前 대한방사선방어학회장)
삼중수소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빗물·해수·수돗물 등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며, 공기흡입과 음식물 섭취를 통해 우리 인체 내에도 존재한다. 또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원전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지만, 인체 내로 들어온 방사성 핵종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인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 정도로 짧은 편이다. 삼중수소는 베타 붕괴를 통해 안정된 헬륨(He) 원소로 바뀌게 된다.
삼중수소는 다양한 물질들이 중성자와 반응하여 생성될 수 있으며 태양에서 직접 날아오기도 한다.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선인 고에너의 중성자가 대기 중의 질소와 반응하여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연간 대기 중에서 생성되는 삼중수소의 생성량은 약 148,000TBq (테라베크렐)이며 지구 전체적으로 현재 2,590,000TBq의 삼중수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수소는 주로 산소와 반응하여 물과 수증기 형태인 HTO 형태로 존재한다. 자연적 과정 외에 중수형 원자로에서 삼중수소가 생성되어 환경으로 방출되기도 한다.
수명(반감기)뿐만 아니라 매 붕괴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와 수, 그 에너지가 방사성핵종마다 다르고, 인체에 섭취되는 거동도 다르다. 이런 차이로 인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방사성핵종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표1]에 나타난 수치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보고서 ICRP119에서 제시한 주요 방사성핵종의 선량계수를 발췌한 것이다. 또한 삼중수소 대비 칼륨, 요오드, 세슘, 폴로늄의 상대 위해도를 표시했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의 평균에너지는 5.7keV의 낮은 에너지로 인해 공기 중 도달거리는 약 6mm로 피부의 각질층을 통과할 수 없으므로 외부피폭은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체내에서도 여타의 방사성원소에 비해서 붕괴 당 방사선 피폭량이 매우 낮다. 삼중수소는 체내 대사율이 빨라(반감기 10일) 다른 핵종에 비해 유난히 선량계수가 작다. 따라서 다른 핵종의 삼중수소 대비 상대 위해도가 수백에서 수만까지로 나타난다.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바나나에 방사성 칼륨인 K-40이 존재하는데, 인체에서의 K-40의 방사선 영향은 삼중수소의 방사선 영향보다 340배나 크다. 삼중수소는 화학적 특성이 물과 같아서 호흡과 피부를 통해 섭취와 흡수가 이루어지며 섭취 후 수 시간이 지나면 전신의 체액에 골고루 분포하며 주로 소변으로 배출된다. 현재까지 삼중수소가 인체의 암을 유발하였다는 보고는 없다. 역학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기형출산, 암발생 또는 사망률 증가 등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유입된다. 그런데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을 섭취하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어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바나나를 즐겨 먹는 우리는 매일 유전적 변이에 시달려야 한다.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인체에 대한 위험 한계량이 존재한다. 그래서 안전관리가 존재한다.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생성되는데 방사선 과학자는 삼중수소의 생성 매커니즘을 이미 알고 있기에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고 수십 년 동안 안전하게 운영해오고 있다.
핵종 | 삼중수소(H-3) | 칼륨(K-40) | 요오드(I-131) | 세슘(Cs-137) | 폴로늄(Po-210) |
---|---|---|---|---|---|
성인 취식 선량계수(mSv/Bq) | 1.8x10-8 | 6.2x10-6 | 2.2x10-5 | 1.3x10-5 | 1.2x10-3 |
상대 위해도 | 1 | 340 | 1,200 | 720 | 66,000 |
세계 주요 나라의 먹는 물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양하여 최대 100배 차이가 난다[표2]. 이는 각국의 기준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삼중수소가 함유된 물을 매일 계속해서 마실 경우, 소변의 삼중수소 농도 또한 섭취한 물의 농도와 비슷한 농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오히려 방광에서의 농축 현상에 의해 섭취 시 물의 농도보다 약간 높게 측정될 수도 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모닝커피 한잔에는 칼륨-40이 대략 14.5Bq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삼중수소 4900Bq에 해당한다[그림1].
국가 | 수중 삼중수소 농도(Bq/L) | 기준 대상 |
---|---|---|
한국(원안위) | 40,000 | 배수구/부지경계 |
미국(US NRC) | 40,000 | 배수구 |
미국(환경부) | 740 | 음용수 |
호주(ARPANSA) | 9,000 | 정수장 원수 |
캐나다 (CNSC) | 7,000 | 음용수 |
일본 | 60,000 | 배수구 |
WHO | 10,000 | 음용수 |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출구 표시 비상등은 삼중수소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이 형광물질을 자극하여 발광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전기 없이 발광할 수 있어서 정전 시에 사고 위험이 있는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공항 활주로의 비상 유도등이나 군대의 야간 나침반, 야광 시계, 앞에서 말한 출구 표시 비상등[그림 2]이 삼중수소를 이용한 발광체의 예이다.
인공적으로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만들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융합발전소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발전소의 기본 원리이다[그림 3]. 삼중수소는 핵융합의 필수 원료로 이용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 존재하는 세슘-137이나 스트론튬-90을 포함한 대부분의 핵종은 다핵종 제거 설비인 ALPS 등을 사용하여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ALPS에 의해 제거되지 않아 HTO(삼중수소수) 물 분자 형태의 처리수로 모아 따로 보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삼중수소 방사능은 총 3,400조Bq 정도이고, 오염수 탱크에 보관된 삼중수소는 860조Bq 정도이다. 삼중수소 1그램의 방사능이 360조Bq이므로 오염수 탱크에 보관된 삼중수소의 질량은 약 2.4그램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탱크의 삼중수소를 배출기준인 60,000Bq/L의 1/40에 해당하는 1,500Bq/L로 희석해 방류한다고 한다. 이는 WHO 음용수 기준(10,000Bq/L)의 1/7에 해당하는 값이다.
유형 | 삼중수소 방사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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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TBq] | |
사고 당시 | 100~500 |
오염수 탱크 | 860 |
건물 공간 | 100 |
사고 후 방출 | 100~500 |
원자로격납용기 | 1,440~2,040 |
총 발생량 | 3,400 |
[1TBq=1012Bq = 1조Bq]
Katsumi Shozugawa등 “Landside tritium leakage over through years from Fukushima Dai‑ichi nuclear plant and relationship between countermeasures and contaminated water”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0-76964-9.pdf
독일 Kiel 대학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를 대상으로 한 확산 모의 평가 결과에 의하면 후쿠시마 앞바다의 농도는 백만분의 1로 희석되며, 북태평양을 돌아 230일 후 한국 해안에 도달하면 1조분의 1 이상으로 희석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NSCEAR(방사선 영향에 관한 UN 과학위원회)가 권고하는 방법론을 준용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저장 탱크에 보관된 모든 방사성 핵종이 추가 정화 없이 1년간 지속해서 해양으로 방출하는 것을 가정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해양 방출일 경우 한국인이 받을 방사선 선량은 연간 0.000014마이크로시버트(μSv)로 평가됐다. 피폭 선량 수준은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인 1000마이크로시버트(μSv)의 7100만분의 1정도로 낮아져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원자력학회는 최근의 한 성명에서, 매뉴얼에 따른 오염수의 희석 방출로 인한 일반인의 방사선 피폭은 자연 방사선의 피폭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삼중수소는 약한 베타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체외에서는 에너지가 피부를 뚫을 수 없어 안전하며, 체내에 흡입되었을 때에는 내부 피폭을 일으키지만, 붕괴당 방사선 피폭량이 매우 낮다. 자연계에서는 대부분 물 형태로 존재하며 체내로 들어오면 전신에 분포하다가 주로 소변으로 배설된다. 동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500밀리시버트(mSv)이상의 높은 선량에서는 생쥐에서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삼중수소에 의해 유발된 인체 암 보고는 없었다.
연간 동해에 내리는 빗물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3그램(g) 정도인데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탱크에 저장된 삼중수소가 3그램(g) 미만인 점과 강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농도가 1Bq/L 정도인데 후쿠시마 방류지점으로부터 수십 km 거리에서의 삼중수소 농도가 1Bq/L 이하로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 한국 전문가를 포함한 국제 조사단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 과정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해 규정을 준수하여 방류하는지 검증할 필요는 있다.
방사선에 대한 지나친 공포는 대중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하게 한다. 개인에게는 더 많은 죽음을 불러왔고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환경 파괴를 가속화했다. 체르노빌의 공포로 인한 유럽 임신부의 자발적 인공 낙태와 후쿠시마 사고 직후 노약자의 강제 대피로 인한 사망자 속출 사례에서 보듯이 방사선 자체가 아닌 공포증(phobia)과 과잉반응으로 인해 인명 손실과 매우 큰 경제 사회적 피해를 경험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방사선에 의한 죽음은 단 한 명도 보고된 바 없다. 방사선 위험을 제로(0)로 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나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행위와 다르지 않다. 과학을 근거로 한 이성적 판단에서 벗어난 감정적인 안심 추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