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똥이 약이 된다?

예로부터 인간에게 있어 신체 오복(五福) 중 하나는 ‘대변을 잘 보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잘 보는 것’이란 변의 색, 냄새, 모양 등이 훌륭한(?) 것을 뜻하며, 이 훌륭한 변이 신체 건강의 지표임을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알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변은 내분비 대사 질환과 관련한 여러 가지 숨겨진 질병을 찾는 중요한 단서로서 의학적 가치가 높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변 속 미생물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변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미생물을 활용하면 장과 관련된 질병뿐만 아니라 당뇨병, 비만 등 수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심지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하는(정확히는 대변 미생물 이식)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똥’에 대한 연구는 점차 동물로 확장되었다. 특히 육류로 활용되는 소·돼지의 경우 동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우리나라 연구진이 동물의 변 속 미생물을 활용하여 동물의 소화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Mannan 분해 / CM-Cellulose 분해 / Starch 분해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연구부는 소·돼지가 소화하기 어려운 탄수화물의 분해능을 향상시켜 사료 소화흡수율을 증진하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 미생물제 및 효소제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다. 소와 돼지에서 추출한 미생물은 각각 ‘라크리미스포라 알지딕실라놀리티카’와 ‘미츠오켈라 멀타시다’로 이 미생물은 탄수화물 분해활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β-갈락토시다아제, β-만나아제, 아밀라아제 및 셀룰라아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미생물을 사료첨가제로 활용해 사료의 영양가치를 높일 수 있다. 대표적 난분해성 탄수화물인 셀룰로오스 섬유소가 사료 속에 존재하는데, 미생물에서 이를 분해하는 셀룰라아제 효소가 분비되기 때문에 소화를 돕고 영양가치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쉽게 설명하면, 소의 경우 볏짚을 직접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위의 미생물이 볏집에 작용하여 당화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더불어 이 미생물은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도 분비하며(아밀라아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β-갈락토시다아제)도 다량 분비하기 때문에 소·돼지의 유당불내증을 막아 설사와 변비를 막아줄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은 사료로 쓸 수 없는 농축부산물을 사료로 활용하게 한다. 예를 들어 팜박(팜나무 열매의 중과피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은 난분해성 탄수화물인 ‘만난’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사료로서 가치가 없지만, 만난 분해효소인 β-만나아제와 결합할 경우 소화성이 증진되고 소화성 당이 생겨 사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팜박 외에도 대두박, 코프라박, 볏짚 등 다양한 부산물들이 곡류 사료를 대체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사료첨가제의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 4,095억원, 2023년에는 6,09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 사료첨가제 시장은 2018년 7조원, 2025년에는 11.8조원으로 예측된다.

기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