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경이로운 오로라’를 만나는 곳

캐나다 옐로나이프

캐나다 북부 옐로나이프는 지구의 ‘경이로운 빛’을 만나는 도시다.
도심 외곽, 호숫가 하늘에는 오로라가 황홀한 밤의 향연을 펼쳐낸다.

북위 62도, 태양 흑점이 빚어낸 ‘빛의 마술’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인 옐로나이프는 북위 62도에 위치했다. 인구 1만 8천여 명의 도시는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호수인 그레이트슬레이브호숫가에 오붓하게 들어서 있다.

옐로나이프는 위도 60~80도 부근에서 출몰하는 오로라의 주무대다. 11월에서 5월까지 이어지는 겨울 시즌이면 오로라를 알현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영하 30~40도의 추위를 뚫고 도시를 찾는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는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옐로나이프를 선정하기도 했다. 옐로나이프 외에 캐나다의 포트 맥머리, 화이트호스 등이 오로라 명소다.

오로라는 태양의 흑점 폭발 활동과 연계돼 있다.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가 지구의 자력에 의해 극지방으로 끌려온 뒤, 대기 중 원자와 충돌해 신비로운 빛을 발현한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 X선, 자외선뿐 아니라 전자, 양성자 등이 쏟아져 나오며, 이 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해 오로라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와의 충돌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내는 색이 초록빛이며, 대기권 80~120 km 고도에 광활한 연기처럼 드리워진다.

태양 활동이 정점에 들어서면 자정 전후로 출현하는 오로라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진다. 연초록, 파랑, 붉은빛 등으로 화려한 빛을 수놓는다. 운해처럼 고요히 흐르다가, 수십 분 동안 드레스 자락처럼 요동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은 강력한 자기장 분출인 ‘오로라 서브스톰’으로 불리며 관측자들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오로라는 원주민들에게 예로부터 ‘Spirit of God(신의 영혼)’로 경외롭게 추앙받기도 했다.

환상적인 오로라 빌리지의 전경 ⓒShutterstock

영하 30도 혹한 속의 오로라 빌리지

옐로나이프 외곽에는 오로라 빌리지라는 오두막 숙소들이 들어서 있다. 관람객들은 인디언 전통가옥인 ‘티피’에서 사나흘 캠핑을 하며 오로라를 기다린다. 차를 타고 인근 프렐류드 호숫가까지 오로라를 찾아 쫓는 ‘오로라 헌팅’도 가능하다.

체험객에게는 특수 방한복과 방한화가 필수로 제공되며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서는 따뜻한 수건과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기이한 체험이 병행된다. 핸드폰 배터리는 갑자기 방전되고, 카메라 뷰파인더에 얼굴을 갖다 대는 순간 눈썹도 달라붙는다.

겨울 시즌(11~5월)에는 고위도인 옐로나이프의 밤은 한층 더 길어진다. 오전 10시에 해가 뜨고 오후 3시면 어둑어둑해진다. 반대로 여름에는 백야현상이 발생한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는 겨울 외에 봄, 가을에는 호숫가의 데칼코마니로 다가선다.

옐로나이프를 찾는 관광객 중에는 유독 일본인들이 다수다. 옐로나이프는 일본 인기 드라마 ‘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들이 소원을 이루는 장소로 등장했다. “스고이(멋있다).”를 연발하는 나지막한 함성을 오두막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신혼부부들이 오로라가 나타나는 날 첫날밤을 맞으면 천재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도 이곳에 전해 내려온다.

오로라 빌리지에선 차가운 공기마저 추억으로 남는다.

인디언 마을에서 다이아몬드, 관광 도시로

옐로나이프는 작은 인디언 마을로 시작했지만 1930년대 금광 개발 이후 급성장했다. 남부 캐나다로 이어지는 육로조차 없는 오지였으나 금광에 이어 다이아몬드가 채굴되며 광산 도시의 붐을 이끌었다. ‘옐로나이프’라는 이름은 1770년 사무엘 허른이 그레이트슬레이브호수 탐험 중 구리 칼을 쓰는 원주민을 만나며 명명됐다.

광산 개발을 위해 호수 위에 아이스로드(얼음길)를 만들 정도로 왕래가 빈번해져, 10톤 넘는 트럭이 2 m 두께의 얼음 위를 달리는 희귀한 장관도 연출된다.

오붓한 도시는 구시가와 다운타운으로 나누어진다. 호숫가 옐로나이프 만에 위치한 구시가는 요트 옆에 형형색색 작은 집들이 들어서 있다. 거리에 세워진 ‘이눅스’라는 사람 형상의 동상들은 이곳이 예전 원주민의 터전이었음을 방증한다. 쇼핑 숍과 호텔이 있는 다운타운은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규모다.

옐로나이프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흥미진진하다. 물개 가죽으로 만든 눈썰매를 타고, 설피를 신은 채 눈 덮인 호수를 트레킹할 수 있다. 투박한 얼음낚시와 함께, 현지 다이아몬드를 직접 구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옐로나이프의 도심은 오로라와 달리 무채색으로 치장된다. 흰 눈으로 뒤덮인 도시는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적막 속으로 빠져든다. 오후 6시가 넘으면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기온이 급강하해 방한복 없이 함부로 외출하는 게 어렵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커리부 스테이크는 순록으로 만들었으며, 순대 간을 먹는 듯한 텁텁한 향수를 빚어낸다.

옐로나이프에 방문한다면 눈썰매를 타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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