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 칼럼

박주영 연합뉴스 기자

딥시크에 대한
딥싱크(Deep Think)적 고찰

올해 초 중국의 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설립한 지 2년도 안 된 신생 스타트업이 내놓은 딥시크의 AI 모델 ‘R1’이 챗GPT보다 현저히 낮은 비용을 들이고도 비슷한, 혹은 그에 능가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소식에 미국 AI 시장이 큰 혼돈에 빠졌다. ‘AI의 스푸트니크’에 비견될 정도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저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썼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수출 통제를 우회해 고성능 엔비디아 칩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의심부터 실제로는 발표한 비용보다 더 많이 들었을 거라는 추측 등 여러 가지 설(說)이 흘러나온다. 천안문 사태나 문화대혁명 같은 자국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무단으로 데이터를 가져다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딥시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접속 차단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잡음에도 딥시크 열풍은 꺼질 줄 모른다. 출시 한 달 만에 딥시크 앱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1억 건을 돌파하며 챗GPT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개발자가 치러야 할 유명세인지, 혹은 희대의 사기꾼이 혹세무민으로 세상을 현혹하고 있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에는 딥시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딥시크보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출시했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급상승했다. 또 다른 중국의 AI 스타트업 ‘마누스’도 오픈AI 성능을 뛰어넘었다며 딥시크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에서는 ‘제2, 제3의 딥시크’ 등 AI 모델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며 미국의 독주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도 부랴부랴 AI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까지 고성능 GPU를 2만 장까지 10배로 늘려 확보하고, AI 등 관련학과 대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무상교육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과기부는 최대 2조 5천억 원을 들여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를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인공지능 3대 강국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2016년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졌을 때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이러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하자 과학계는 설욕을 다짐하며 구원자를 자처했다. 정치권은 그에 대한 부름으로 AI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후발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자본이 유일한 해법일 수는 없다. 딥시크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턱없이 적은 비용으로 획기적인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후발 중소기업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다. 딥시크가 준 충격을 우리가 어떻게 ‘타산지석’으로 삼을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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