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전통적인 한국의 여름은 6월 말 시작된 장마가
7월 중·하순쯤 끝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돼 8월까지 이어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때 이른 더위가 5월 말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 기준으로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했다.
지난 5월 말 기상청의 ‘3개월(6~8월) 전망’에 따르면
6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 %이지만
7월과 8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40 %로 예측됐다.
더군다나 장마가 끝난 뒤에는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23년 여름은 188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소속 기후과학자 피터 칼무스도 지난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해 여름은 당신이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이제는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자주 들은 지구온난화다. 실제로 지난 6월 28일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 과학원이 발표한 ‘2023 지구대기감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1999년부터 최장기간 온실가스를 관측해 온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의 이산화탄소 배경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427.6 ppm으로 최고 농도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무려 2.6 ppm 증가한 값이다. 2013~2022년 안면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배경농도 연간 증가율은 2.5 ppm/year이었다. 다른 관측소인 제주 고산지역도 426.1 ppm, 울릉도 425.6 ppm으로 전년 대비 2.6 ppm 이상 증가했다. 전 지구 평균값도 전년 대비 2.8 ppm 증가한 419.3 ppm으로 최고 농도치를 찍었다.
이런 가운데 지구온난화 이외에 폭염을 가속하는 원인과 그에 따른 영향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르며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온도계가 지표면 온도 43도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 오번대를 중심으로 노르웨이, 호주, 영국,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독일, 중국, 일본, 스위스, 캐나다 14개국 55개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는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나 메탄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했다고 6월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아산화질소 배출량과 흡수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로 지구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SSD)’ 6월 12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지난 40년 동안 아산화질소 배출을 유발하는 모든 주요 경제 활동에 대해 육지, 대기, 담수 시스템, 해양 전 지구 시스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18개의 인위적이고 자연적 배출원과 3개의 흡수원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농업 분야 배출량은 800만 톤으로 1980년에 배출된 480만 톤보다 67 % 증가했다. 2022년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5 % 증가한 336 ppm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1980년에 전 세계 농부들은 6,000만 톤의 질소 비료를 사용하고, 2020년에는 1억 7,700만 톤을 소비했다. 동물 분뇨 역시 1980년 1억 1,000만 톤에서 2020년 2억 8,000만 톤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아산화질소 배출 상위 10개 국가는 중국, 인도, 미국, 브라질, 러시아, 파키스탄, 호주, 인도네시아, 터키, 캐나다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한퀸 티안 보스턴대 교수는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300배나 크다”라면서 “파리 협정에 따라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제한하려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나 메탄보다 약 30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산화질소 원인인 질소 비료를 뿌리는 모습.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제공
그런가 하면,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뉴포트 해양연구소, 호주 커먼웰스 과학·산업 연구단, 미국 홉킨스 해양 기지 공동 연구팀은 해양 폭염 현상으로 아일랜드 연안에서 잡히던 대서양 참다랑어가 북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고 6월 19일에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태학 분야 국제 학술지 ‘다양성과 분포’ 6월 12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아일랜드 어부들과 협력해 50마리 이상의 참다랑어에 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1년 이상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보통 참다랑어들은 산란을 위해 대서양 중부와 지중해로 이동했다가 아일랜드 연안으로 되돌아오는데, 분석 결과 최근 들어 아일랜드 연안을 지나쳐 더 북쪽으로 올라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니콜라스 페인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교수(동물학)는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육지뿐만 아니라 해양 서식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면서 “극지에 살던 동물은 물론 저위도에 살던 동물들까지도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옮겨가면 결국에는 대멸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