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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재원 매일경제 기자
지난 시절 길거리에서 차력 시범이나 공연을 보여주며 원료를 알 수 없는 고약이나 음료 등을 팔았던 약장수의 재림은 아닌 것 같다. 진짜 만병통치약의 등장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GLP-1 을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 얘기다.
전 세계에서 비만 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다.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들이 연이어 비만 치료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밝히며 이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대중들의 수요도 폭발했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업체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GLP-1 유사체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 % 성장하며 2030년까지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전망에 힘입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를 생산하는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유럽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는 이 GLP-1을 모방한 약물이다. GLP-1을 기반으로 한다. GLP-1은 몸에 들어있는 혈당 조절 호르몬이다. 소장에서 분비되며 식욕을 조절하는 뇌 수용체와 소화를 느리게 하는 내장 수용체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식사를 멈추라는 신호를 뇌에,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신호를 내장에 준다.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GLP-1은 원래 금방 분해돼 사라지는데, 인위적으로 만든 GLP-1 유사체는 체내에서 오랫동안 머무른다. 유사체는 GLP-1과 똑같은 작용을 한다. 몸속에 주입하면 식욕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신호를 보낸다.
GLP-1 유사체는 비만 치료제 이전에 당뇨병 치료제로 쓰였다. 2005년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에타’라는 이름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승인됐다.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 외에도 GLP-1 유사체의 활용도가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술이나 담배,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파킨슨병 치료 효과도 주목받는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가 퇴화해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줄면서 생긴다. 프랑스 툴루즈대 병원 연구팀은 GLP-1 유사체 기반 약물을 투약한 파킨슨병 환자가 투약 중단 두 달 후까지도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우울증이나 난임, 만성신장질환(CKD) 치료 효과 가능성까지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가히 만병통치약이라 부를만한 효과다.
비만 치료제는 경제성장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이 좋지 않으면 상당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2028년까지 미국인 6,000만 명이 GLP-1 약물을 복용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 %p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비만 치료제가 부자들의 약이란 단점은 존재한다. 미국에서 한 달 기준 약 1,350달러(약 180만 원)가 소요된다. 메스꺼움 같은 일부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정 질환자들에게는 실명 같은 위험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비만 치료제가 약장수가 될지 아니면 정말 만병통치약이 될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