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로보택시’들의 노천 진열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는 ‘로보택시’의 노천 진열장이다.
독특한 외관의 로보택시들이 도심을 누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상업용 로보택시가 등장했으며,
첨단기업들의 자율주행 경쟁이 다이내믹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24시간 달리는 상업용 인공지능 택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를 타는 출퇴근길이 신기한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로보택시가 일상의 일부로 정착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보택시들은 비 오는 날에도 24시간 거리를 누비며, 거대도시의 소중한 ‘발’ 역할을 맡고 있다. 24시간 유료 로보택시가 달리는 도시는 샌프란시스코가 세계 첫 번째다.

구글에서 제작한 로보택시 ‘웨이모(Waymo)’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운전자가 동승하는 초기 레벨에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운전자 없이 복잡한 도심을 누비는 완성형 인공지능 자율주행 차량으로 정착했다. 이제는 특정 시범 구간을 넘어서 시 전역에서 웨이모를 탑승할 수 있다. 이들 웨이모 로보택시는 날씨와 무관하게 시속 105 km까지 질주가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서는 300여 대의 웨이모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며, 로보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에 가입한 회원 수도 약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모와 함께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 운행에 나섰다. 최근에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차량 호출 앱을 장착한 로보택시를 공개했으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시험 운행에 돌입했다. 이 들 인공지능 자율주행 차량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성공을 발판 삼아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등으로 운행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로보택시 ⓒwaymo

첨단 과학 산업의 총본산 실리콘밸리

로보택시들의 모든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제너럴모터스의 ‘크루즈’는 지난해 여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했지만 충돌 사고의 여파로 운영이 보류된 상태다. 최첨단 ‘레벨 5’의 로보택시를 지향했던 애플 역시 고속도로에서만 지원되는 ‘레벨 4’로 수준을 낮췄다가 차량 개발 자체를 접었다.

굵직굵직한 첨단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실험과 도전을 반복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이 크다. 샌프란시스코는 IT산업의 총본산인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과학도시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애플, 엔비디아 등 IT와 반도체,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일대에 포진해 있다. 1970년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벤처기업들은 스탠퍼드 대학, 캘리포니아 공대 등 지역 인재들을 자 양분 삼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벤츠, 테슬라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의 연구소와 벤처기업 수천 곳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했으며, 미국 내 벤처투자금의 20~30 %를 산호세, 산타클라라 등 연계 과학도시들이 흡수하고 있다.

2017년에 완공된 애플 사옥, 도넛 모양의 애플 파크도 실리콘밸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GettyImages

나파밸리 와인과 히피문화의 공존

캘리포니아만의 온화한 날씨는 기후에 민감한 첨단 산업이 정착하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따사로운 풍경은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평화롭고 향긋한 정취와 연결된다. 샌프란시스코는 나파밸리라는 걸출한 와인 생산지와 맞닿은 도시다. 첨단기업 탐방 뒤 와이너리 투어에 나서는 반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나파밸리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인근 소노마는 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최초의 와이너리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과학도시 샌프란시스코는 고풍스러운 이면을 지녔다. 바닷가 언덕 위에는 빅토리아 양식의 오래된 가옥이 늘어섰으며, 150년 세월의 빛바랜 케이블카와 클래식 노면전차들이 거리를 오간다.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인상적인 롬바드 스트리트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왔으며, 파스텔톤 가옥이 늘어선 페인티드 레이디스는 샌프란시스코 소개 엽서에 단골로 등장한다.

S자 도로가 매력적인 롬바드 스트리트. 가파른 길을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만들어진 도로다. ⓒGettyImages

샌프란시스코에서 1960년대 히피문화가 탄생했으며, 빈티지 숍이 즐비한 헤이트 애쉬베리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히피문화를 추억하는 축제가 열린다. 거리의 자유로운 물결은 미국 서부 최고의 미식 도시의 풍취와 이어진다. 도시 동북쪽 해변인 ‘피셔맨스 워프’는 해산물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피셔맨스 워프는 바다사자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이채로운 풍경으로도 유명하다. 라틴계 거주지역인 미션 지구에서는 멕시칸 푸드가 지천이다. 골든게이트 다리는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매김했다. 바다를 가르는 붉은 현수교는 수려한 뷰포인트와 횡단 체험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피셔맨스 워프의 동쪽 끝 피어 39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다사자 무리들 ⓒUnsplash james rath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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