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2023년은 우리 연구원이 원자력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진취적인 연구개발로 운영 방향을 전환하고 변화를 모색해 여러 성과를 이뤘던 한 해였습니다.
작년에 선진원자로 실물화를 위한 노력과 진전이 있었습니다. SMART SMR을 캐나다의 오일샌드 채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앨버타주 정부, 캐나다 원자력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잇달아 협약을 맺으며 SMART 상용화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1975년 캐나다의 중수형 원전을 도입했던 우리나라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이제 거꾸로 캐나다에 SMR 수출을 모색할 만큼 우리 원자력 기술력이 발전했습니다.
미국에는 연구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미주리대학 연구로 차세대 MURR 설계 사업 입찰에 참가해 지난 9월 첫 관문인 사전자격심사(PQ)를 통과했습니다. MURR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1959년 미국에서 원조받아 연구로를 도입했던 우리가 60여 년 만에 원자력 기술의 본산인 미국에 원자로를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하게 됩니다. 그 외 용융염원자로(MSR) 등 새로운 유형의 선진원자로 개발도 착실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가동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2차전지, 전기차, 3D 프린팅, 로봇, AI, 양자물질, 우주 산업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SMR 압력용기 3D 프린팅용 분말 제조 기술, 상온 작동 가능성이 있는 양자물질 제조 기술, 2차전지 양극재 수명 증대 기술, 폐전지 자원 재활용 기술입니다.
방사선과 양자빔 활용 분야에서는 난치성 암치료액의 의약품 품목 신청, 다양한 방사선 기술의 산업체 기술 이전과 연구소 기업 설립,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아시아권 첫 수출, 양성자가속기의 산업체 이용률 제고 등 국민 건강 증진과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지난해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됐던 후쿠시마 방류수와 관련해서는 우리 연구원의 방사능 해양 확산 분석 결과와 해수 방사능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안전 관리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기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안전관리 최고 등급을 획득했고, 방사성폐기물 저장 용량을 500드럼 이상 줄이는 성과도 냈습니다.
올해는 이 성과들을 바탕으로 힘찬 도약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세계 SMR 시장 선점을 위한 선진원자로 실물화에 더욱 주력하겠습니다. 최근 해외 SMR 벤처 기업들이 실증 사업을 함께하자고 연구원에 제안할 정도로 연구원의 위상은 높아져 있습니다. 현재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는 SMART의 캐나다 부지 실증을 서두르겠습니다.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열 공급, 수소 생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스로의 민관합작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을 선정하고 원자로 계통 개념 설계를 추진하겠습니다. MSR 사업도 설계와 실험을 구체화하여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습니다.
연구원의 첨단 기술이 다수 포함된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 역시 계획에 맞춰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계통 설계 검증과 실험적 성능 검증을 치밀하게 수행해 i-SMR의 2028년 이전 인허가 획득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트윈, AI 등 4차 산업혁명기술 분야에서도 원자력과 접목할 수 있는 연구를 육성하겠습니다. 선진원자로 개발 과제와 연계해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고신뢰도 시뮬레이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AI 활용을 확대하며, 원전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3D 프린팅, 로봇, 드론 기술 등의 첨단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원자력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를 위한 처분과 처리 기술 개발에도 진력하겠습니다. 연구용지하연구시설(URL) 사업 진전에 맞춰 관련 연구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방사선, 양자빔 기술로 국민 건강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는 연구개발도 확대하겠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국가 출연 연구기관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익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형 연구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의약품 개발, 반도체 성능향상 등 사회 현안을 해결하고, 2차전지, 반도체, 우주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그 기반인 하나로 예방 점검을 충실히 하고, 양성자 가속기 24시간 운영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해 IAEA와 연구원이 동물원성 감염병이나 미세 플라스틱 등 범지구적 문제에 공동 협력하기로 한 협약은 우리나라 방사선 기술의 국제 기여를 상징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대체 불가 방사선 강점 기술을 더욱 육성하여 국내 활용 증대뿐 아니라 세계에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연구원의 다양한 원자력 연구개발 계획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여러분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방사선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해소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원자력 국민 이해 증진을 위한 정책 연구, 정확한 사실 기반의 정보 제공과 소통을 강화하겠습니다. 거점별 의견수렴과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교육 기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사회 참여 기반도 확고히 할 것입니다.
원자력은 현재 대한민국 활력 에너지이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합니다. 원자력의 안전하고 다양한 활용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자력 기술 개발의 중심’으로서 우리 연구원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국민과 세계가 지지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연구원 임직원은 ‘다 함께 앞으로’라는 정신으로 협력하며 정진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 모두 늘 활력 있게 사시며 만사형통함 속에서 많은 성취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2일
한국원자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