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ERI 인(人)사이드

연구자의 다양한 이야기

핵물리응용연구부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 달은 ‘고선량 이동형 중성자 발생장치 개발 과제’팀을 총괄하는 김선호 책임연구원과
팀의 막내 조종갑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원우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선호 책임연구원   반갑습니다. 핵물리응용연구부에서 중성자 발생장치 개발과 핵융합 플라즈마 가열과 관련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김선호 책임연구원입니다.
  조종갑 선임연구원   안녕하세요. 김선호 책임연구원님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 조종갑 선임연구원입니다.

Q.핵물리응용연구부에 계십니다. 해당 연구부가 하는 일을 간략하게 알려주세요.

  김선호 책임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는 핵 및 원자 물리를 기반으로 원자로, 가속기, 플라즈마, 핵융합, 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초 및 응용 핵심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원자로 설계와 플라즈마의 기본이 되는 핵 및 원자 데이터, 가속기와 중성자원에 사용되는 이온원, 핵융합 발전의 핵심기술인 가열 및 전류구동과 증식 블랑켓, 그리고 차세대 플라즈마 우주추진 등이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KAERI에 들어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선호 책임연구원   저는 90년대 학력고사에서 수능과 본고사로 전환되는 시기의 X세대입니다. 당시 본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신문 칼럼이나 기사를 많이 읽었는데요. 이때 플라즈마와 핵융합에 관한 내용을 처음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것이 인연이 되어 학위 과정에 전자기 파동을 이용한 플라즈마 생성 및 가열이란 주제를 연구하게 되었죠. 이 주제는 KAERI에서 오랫동안 수행해 온 플라즈마 및 가속기 연구 분야 중 하나였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면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KAERI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조종갑 선임연구원   저는 수능세대인데요. 수능 공부를 하다 보면 물리2 뒷부분에 플라즈마 핵융합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그 부분은 시험에도 거의 안 나오고 잠깐 배우고 넘어가는데 그래서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기억에도 오래 남았죠. 이후 원자핵공학과에 가게 됐는데 플라즈마 핵융합 분야를 공부하더라고요. 그래서 세부 전공으로 선택해 대학원까지 가게 됐어요. 박사 과정 중 KAERI와 함께 협업으로 진행하던 과제가 있었고, 졸업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같은 주제로 연구하게 되면서 KAERI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KAERI에서 근무하실 때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김선호 책임연구원   자신이 생각하는 연구를 자율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보통은 주어진 연구를 주로 하게 되거든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연구 주제를 새롭게 발굴하고 도전적으로 시도해볼 기회가 많아서 좋습니다.
  조종갑 선임연구원   저희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나이와 직급 상관없이 의견 내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거든요. 그리고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모든 팀원이 적극적으로 돕는 분위기예요. 수평적인 분위기죠. 그게 가장 좋습니다.

Q. 고선량 이동형 중성자 발생장치 개발 과제가 이달의 우수성과로 선정되었습니다. 해당 과제와 팀을 이끌어갈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나요?

  김선호 책임연구원   우리가 개발한 고선량 이동형 중성자 발생장치는 기존의 국내 기술보다 약 100배 더 뛰어난 성능을 목표로 개발됐어요. 그래서 장치 개발의 핵심이 되는 중요 부품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했죠. 그런데 플라즈마와 가속부 같은 부품은 설계 예측값과 실험 결과가 온전하게 일치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요. 게다가 연구원들은 일반적인 실험환경과 다른 고진공, 고전압 조건에서 연구해야 했어요. 연구자에게 지속적인 인내와 노력, 많은 시도를 요구하는 쉽지 않은 환경이었죠. 그래서 팀원들이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Q. 해당 과제를 진행하면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요?

  조종갑 선임연구원   설계가 세 차례 바뀌고, 과제도 1년 연장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예상 밖의 상황에서 목표가 흔들릴 때, 지치지 않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계속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어요. 그리고 생각의 미로에 빠지지 않고 일단 그냥 해보는 단순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Q.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 올해는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김선호 책임연구원   요새 걷는 것에 빠져있어요. 걷고 나면 몸도 더 가벼워지고 정신을 집중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거든요. 새해에는 걷는 습관이 좀 더 몸에 붙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연구와 관련해서는 고선량 이동형 중성자 발생장치 과제를 통해 확보한 원천기술이 좀 더 실질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해당 분야 TRL*을 높여볼 생각이에요. 핵융합로급 플라즈마에 적합한 가열과 전류구동 선도 기술 개발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조종갑 선임연구원   박사 과정 때부터 논문을 매년 썼어요. 개인적으로 연구자는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올해도 최소 한 편 이상, 앞으로도 꾸준히 쓰는 것이 제 계획이에요. 또, 저는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이번 여름에는 아내와 함께 스위스에 갈 계획이에요. 가장 기대되는 건 하이킹인데요. 루체른의 리기산, 필라투스산과 그린델발트의 피르스트산을 오를 예정입니다.
* 기술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술 준비 수준이라고도 한다. 특정 기술의 성숙도를 평가하거나, 서로 다른 유형의 기술성숙도를 일관되게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계적인 측정 수단이다. (출처: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Q. 끝으로, 연구자로서 가지고 계신 좌우명을 알려주세요.

  김선호 책임연구원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안 되는 것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진보가 일어나고요. 그래서 ‘日新又日新(일신우일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어제의 나’보다 더 새로워지고 발전한 ‘오늘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 좋고, 연구도 마찬가지거든요.
  조종갑 선임연구원   좌우명은 따로 없지만, ‘나를 믿기보다는 세상을 믿는다’라는 저만의 세계관이 있어요. 일종의 세상이 허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인데요. 우연으로 발생하는 자연현상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사람이고요. 연구하는 동안 새롭게 발견하는 현상에 끊임없이 놀라워하며, 그 속에 있는 진리를 찾아내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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