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가고, ‘청룡’의 해 2024년이 밝았다.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이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오는 해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새로운 해를 더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되돌아보고,
올해 어떤 일이 있을지 미리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언론이나 단체들은 지난해에 눈길을 끌었던 일들과
이듬해에 기대되는 일들을 정리해 발표한다.
세계 곳곳은 분쟁과 우울한 뉴스로 가득하지만, 과학자들은 항상 놀라운 성과를 내고 미지의 세계를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덕분에 인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과학 저널 양대 산맥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이번에도 지난해 중요한 연구성과들과 올해 주목해야 할 연구 분야를 선정해 공개했다. 항상 두 저널은 연구 분야를 선정해 발표할 때,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과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구를 되새기고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첫머리에 등장하는 것들에 사람들은 주목하기 마련이다.
사이언스가 꼽은 지난해 중요 연구성과 중 첫 번째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이다. GLP-1 작용제는 원래 당뇨치료제로 쓰였지만, 약물 복용 환자들에게서 위장 운동 저하, 식욕 억제 등 현상이 발견되면서 비만치료제로 승인됐다. 더군다나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으며 약물중독,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치료에 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가장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해수면의 탄소가 심해로 이동하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구도 올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가 제대로 작동해야 대기 중 탄소를 포획해 심해로 가두게 되는데, 지구온난화로 표층수가 따뜻해지면서 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기상이변을 비롯한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올해 말 ‘인간의 의식’이 어디서 기원하는지에 대한 두 가지 이론(통합정보이론 대 글로벌 네트워크 워크스페이스 이론)을 검증하는 두 번째 실험 결과가 발표된다.
철학과 신학의 영역이었던 인간의 의식에 대한 과학적 결과가 발표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 제공: 미국 국립보건원(NIH)
2016년 ‘알파고’로 전 세계에 AI 혁명을 가져온 구글 딥마인드가 날씨 예측 인공지능 ‘그래프캐스트’를 개발한 것도 주목받았다. 그래프캐스트는 슈퍼컴퓨터 없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1분 만에 날씨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상예보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천연 수소 공급원, 뉴멕시코 호수에서 2만 년 전 인간 발자국 발견, 거대 블랙홀 병합 중력파 관측,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신진 연구자 처우 개선 분위기, 말라리아 백신 개발, 초당 100경 번 연산이 가능한 엑사스케일 컴퓨터 시대 도래가 올해 주목할 연구로 꼽혔다.
그런가 하면 네이처는 ‘인공지능 연구의 질주’를 2024년 가장 주목해야 할 연구로 꼽았다.
지난 한 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챗GPT는 올해에 한층 진보된 GPT-5로 나타날 예정이다. 또 텍스트, 컴퓨터 코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여러 유형을 처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인 구글의 ‘제미니’도 주목받는다.
이와 함께 단백질 3D 구조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의 새 버전도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알파폴드의 발전은 신약 개발이나 새로운 물질 발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유엔 고위급 자문기구는 올 중순쯤에 대형 언어모델과 AI에 대한 국제 규제 지침이 될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모기 잡는 모기’ 개발도 올해 주목받는 연구다. 비영리단체 ‘세계 모기 프로그램(WMP)’은 브라질에서 질병과 싸우는 모기, 일명 ‘전투 모기’를 생산한다. 병원균을 전파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균에 감염된 전투 모기들은, 모기로 전파되는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최대 7,000만 명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WMP 측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50억 마리의 전투 모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11월에는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된다. 그에 앞서 10월에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탐사를 위한 클리퍼 탐사선이 발사될 예정이다.
NASA 연구진이 클리퍼 탐사선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
이 밖에도 올해 중순에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시몬스 천문대가 완공돼 원시 중력파 신호를 찾아 나서고, 베라 루빈 천문대도 2024년 말부터 지구 근접 소행성 추적과 같은 남반구 하늘 관측에 나서게 된다.
오는 11월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52년 만에 유인 우주선을 달로 보낸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남성 우주인 3명과 여성 우주인 1명이 탑승해 달 주위를 10일 동안 돌게 된다. 이들은 향후 아르테미스 3호가 안전하게 달 착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구로 귀환한다.
이 밖에 다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에 대항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 시험,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 탐지 실험 결과 발표, 중성자 질량 측정 결과 발표, 인간의 의식 연구 결과, 엑사스케일의 초고속 컴퓨터 개발 가속화 등도 올해 주목할 연구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