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김인한 머니투데이 기자
지난달 중순 독일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연구소(MPI)에서 들은 이야기다. 한국 사회 최대 난제라고 여겨지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그에 따른 이공계 부족 현상 해법을 찾기 위한 취재였다.
독일은 이공계 인재 부족 해법으로 두 가지 전략을 펼친다. 지역 맞춤형 인재 육성과 해외 우수 인재 영입. 독일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 지원을 받는 277개 과학기술 연구소가 있어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이다.
막스플랑크연구회(MPG) 산하 86개 막스플랑크연구소(MPI)는 순수 기초과학 연구, 프라운호퍼연구회(FhG) 산하 연구소 76개는 기업과 산업 응용 기술을 개발한다. 헬름홀츠협회(HG)와 라이프니츠협회(LG) 소속 연구소는 각각 거대과학 연구(19개)와 학제 간 융합연구(96개)를 수행한다.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은 삼각편대를 구성해 사람과 산업을 키운다. 이번에 방문한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연구소 (MPIB)는 프랑크푸르트대, 괴테대 등과 캠퍼스를 쓰며 인재를 키웠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엔 화이자와 공동연구 해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바이오엔테크 연구거점이 존재한다.
바이에른주 가르힝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MPIPP)도 뮌헨공대, 기업 등과 협업했다. 독일에 ‘숨겨진(Hid\-den) 최고(Champion) 기술력’을 지닌 히든챔피언 기업의 전 세계 48 %(1,308곳)가 모여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히든챔피언을 탄생시킨 숨은 영웅(Unsung Hero)이 277개 연구소다.
그렇다면 독일 각지에 퍼져 있는 연구소가 우리나라에 던져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해결 실마리를 제공한다. 1962년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한국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국토 면적 11.9 %(서울·경기)에 인적·물적 자본을 집약했다. 한정된 자원·인력을 모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961년 82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22년 3만 3,000달러로 급성장했다. 60여 년간 약 400배 증가. 유례없는 성장 속도였다. 하지만 국토 면적 서울(0.6 %), 인천 (1.1 %), 경기(10.2 %)에 인구 절반이 몰리고 경제력 3분의 2가 집중되는 현상도 빚어졌다.
감사원은 2022년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15년간 300조 원 이상을 썼지만, 출생률이 반등하지 않은 문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인구밀도 증가, 경쟁 심화를 만들고 그에 따른 청년층 비혼·만혼 증가로 출산율이 급락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현실이 저출생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생률 2.1명은 지난해 0.6명까지 떨어졌다. 그야말로 국가 존립 위기다. 현재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 체제에 더해 독일처럼 전국에 기초과학·응용 기술 등 이공계 연구소 증가가 필요하다. 지역별 과학기술 기반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이 인재와 산업을 키운다면 저출생·저성장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