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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영진 여행칼럼리스트
프랑스 파리는 최근 2024년 올림픽 준비로 분주하다.
올림픽 표어처럼 ‘더 높게!’ 오르려는 도전은 수백 년 전부터 프랑스인들의 강렬한 꿈이었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욕망은 간절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보다 먼저 동력 비행에 도전해 주목을 끈 사람은 프랑스인이었다. 크레망 아델은 1890년 증기기관을 이용해 박쥐 모양의 비행체를 제작했다. 최초의 동력 비행기로 공식 인정 받기까지 논란이 있었지만, 프랑스에서는 동력 비행기의 탄생을 자축하며 우표와 기념일까지 만들었다.
열기구가 처음 태동한 곳도 프랑스 파리였다. 프랑스 발명가인 조셉 몽골피에는 동생과 함께 1783년 열기구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열기구 안 공기에 열을 가해 밀도가 작아지면 공기가 가벼워진다는 과학적 원리가 적용됐다. 당시 열기구에는 가축들이 탑승했다.
사람이 탄 첫 열기구 비행은 과학 교사였던 장 필라트르 드 로지에가 이뤄냈다. 그는 1783년 가을, 밧줄 없이 파리 상공 950 m까지 올라 약 9 km 거리를 비행했다.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가 이 광경을 직접 지켜봤다.
하늘을 향한 프랑스인의 열망은 우주개발까지 이어졌다. 프랑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 소련(러시아)에 필적해 유럽을 대표하는 우주 대국을 꿈꿔왔다. 이를 실현한 게 1961년 창립 한 프랑스 국립 우주연구센터(CNES)다. CNES 는 아리안 로켓을 개발하고, 세계 각국의 인공 위성을 실어 나르며 성공적인 우주여행을 수행해오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 근교 에브리에는 아리안 로켓 프로젝트를 위한 기지가 별도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하늘을 너머 우주 대국을 꿈꾸는 프랑스인들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리안 5호의 모습 / Shutterstock 제공
8세기 화학 혁명을 이끈 주역은 파리 출신의 실험화학자 라부아지에였다. 라부아지에는 질량보존의 법칙 외에도 산소를 발견하면서 연소와 산화 과정을 재정립했다. 라부아지에의 실험실과 도구들은 파리 과학기술박물관에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이 박물관은 1794년 파리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으며 세계 최초의 과학기술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에는 파스칼의 계산기, 세계 최초의 전지, 푸코의 진자 등 다양한 과학 실험 장치들이 전시돼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진자>에도 파리 과학기술박물관이 등장한다.
화학 혁명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세금 징수원이었던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등과 함께 콩코르드 광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당시 재판관이 “공화국은 과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르아켐 다리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면 에펠탑이 근사하게 보여 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소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모습은, 센강이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사연 많은 다리와 건축물, 그리고 골목이 강변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에나 다리 옆 에펠탑과 샹드 마르스 공원은 아티스트들의 대형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다. 비르아켐 다리는 2층으로 되어 있어, 2층에는 메트로가 통과하고 1층에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오간다. 특히 이 다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장면 중 주인공들이 첫 만남을 가지는 장소도 바로 이 다리다. 알마교는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슬픈 얘기를 담고 있다.
역사의 숱한 사연이 담긴 콩코르드 광장을 시작으로, 센강을 거쳐 샹젤리제,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파리지앵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산책코스다. 루브르 박물관, 튈르리 정원, 엘리제궁 등이 두루 그 길에 담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를 감상하려면 루브르 박물관을, 밀레의 만종이나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을 보려면 강 건너편 오르세 미술관을 선택하면 된다. 튈르리 정원에서는 산책 도중 오랑주리 미술관, 죄드폼 갤러리에 들러 명작을 음미할 수 있다.
샹젤리제는 파리 사람들이 사랑하는 우아한 산책로다. 불모지였던 땅에 ‘왕비의 산책로’가 조성되며 지금과 같은 외관을 갖추기 시작 했다. 샹젤리제에는 대통령궁 엘리제가 들어서 있다. ‘엘리제’는 신과 영웅이 죽은 뒤 가는 낙원, ‘샹젤리제’는 엘리제의 뜰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낙원의 뜰은 밤이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매년 새해가 되면 에펠탑, 샹젤리제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는 과학과 예술의 숨결 위에 스포츠의 열기로 가득 채워지게 될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의 야경
파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도 좋은 산책 코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