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서영진 여행칼럼리스트

활화산과 로켓 발사대를 만나는 곳

일본 가고시마

일본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는 활화산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곳이다.
도심에서 해변을 바라보면 ‘사쿠라지마’ 산 위로 치솟는 연기를 평상시에도 목격할 수 있다.
수십만 년 세월의 화산과 함께 첨단 로켓 발사 기지가 공존하는 땅이 가고시마다.

화산 연기 내뿜는 사쿠라지마

    가고시마에서 사쿠라지마까지는 뱃길로 4 km 가량 떨어져 있다. 긴코만 한가운데 위치한 사쿠라지마는 도심에서 바라보면 섬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사쿠라지마는 예전에는 섬이었으며, 1914년 화산 분출 이후 반대편 오스미반도와 연결됐다.
    관광객들은 이제 더는 섬이 아닌 사쿠라지마를 여전히 페리를 타고 둘러본다. 사쿠라지마 포구까지 입항해 전망대까지 오르는 투어도 가능하다. 여전히 활화산이라서 산을 오르다 보면 화산재가 벤치 위에 뽀얗게 내려앉은 광경을 접하게 된다. 가고시마의 대표 정원인 센간엔에서 바라보거나 온천 숙소에 누워 사쿠라지마를 감상하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다.
    사쿠라지마에는 화산 봉우리 두 개가 솟아 있다. 북쪽 기타다케는 해발 1,117 m의 최고봉이며, 정상에는 제주도 백록담처럼 큰 못이 자리했다. 남쪽 미나미다케는 해발 1,040 m로 규모가 다소 작지만 여전히 화산활동이 진행 중이다. 미나미다케는 분화구 인근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지난 2월 사쿠라지마에 큰 분화가 발생해 화제가 됐다. 화산 연기가 5 km 상공까지 치솟았으며, 붉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화산이 분출하며 용암 파편이 1 km 이상 튀었고, 화산 연기는 5 km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0년 이후 4년 만의 일이었다. 이번 사쿠라지마 화산 분출 때에는 경계령이 최종 5단계(피난) 중 3단계가 발령됐다. 인근 구마모토, 미야자키 일대까지 화산재 예보가 내려졌으며 입산은 봉쇄됐다. 화산학자들은 활화산의 활동을 관리하기 위해 지진, 가스 방출, 지형 변화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현재까지도 화산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사쿠라지마 산의 모습 / ⓒShutterstock

마그마가 잉태한 모래찜질 온천

    사쿠라지마 화산을 감싸는 가고시마만은 ‘칼데라’ 지형이다. 칼데라는 바다 지층 아래에서 활동하는 마그마가 지상으로 분출하며 생긴 공간이 균열과 침식을 통해 냄비처럼 가라앉아 생긴 분지를 뜻한다. 아직도 가고시마 인근해변에서는 마그마가 활동 중인 것을 볼 수 있다.
    가고시마 남쪽의 이부스키 해변은 모래찜질 해변으로 유명하며, 겨울에도 모래 온천을 즐기는 이색 찜질족을 만날 수 있다. 해변 곳곳에는 ‘모래사장에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오’라는 팻말들이 세워져있다.
    유카타를 입고 연기가 나는 모래에 누우면 삽으로 모래를 덮어주는데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땀이 맺히고 10분을 견디기가 힘들다. 이부스키의 천연 해변 온천은 세계에서 유일한 천연 모래찜질 온천으로, 인근 화산지대의 영향으로 모래 속 온도가 60~70도까지 올라간다. 1860년대 에도시대 때 가고시마만 지역의 화산폭발로 해변 수온이 변해 모래사장에서 편안하게 찜질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가고시마는 곳곳이 온천지대다. 뽀얀 수증기로 뒤덮인 능선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풍경이다. 구리가와, 마루오 온천 등이 대표적인 유황온천으로 노천탕이 어우러진 료칸들을 갖추고 있다.

로켓이 발사되는 우주센터 두 곳

    가고시마에서는 화산만 솟구치지 않는다. 로켓들도 불을 내뿜으며 발사된다. 가고시마현에는 로켓 발사 우주센터가 두 곳이나 들어서 있다. 오스미반도의 우치노우라 우주공간관측소는 1970년 설립됐으며 일본 최초의 인공위성 ‘오스미’를 쏘아 올린 기념비적인 곳이다. 다른 우주센터는 다네가시마에 위치한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이다. 두 곳 모두 일반인도 견학이 가능해 과거 로켓들과 발사대, 위성 통신 안테나 등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과학과 관련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가고시마 시립과학관을 추천한다. 화산, 지진에서 로켓, 우주 조종사까지 과학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우주센터들은 가고시마의 필수 명소다. / ⓒShutterstock

우치노우라 우주공간관측소의 모습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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