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내가 사막에 물이 넘치게 하리라,
<듄>

영화 <듄>의 탄생

    영화 <듄>은 미국의 유명 SF 작가인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 1920~1986)의 명작 듄(Dune) 시리즈를 원작으로 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SF소설의 최고상인 휴고상(1966)과 네뷸러상(1965)을 받은 명작이다. 서양의 평가는 <반지의 제왕>과 쌍벽을 이루는 SF 대하소설이라고 한다. 이번 영화와 전편(2021)은 원작의 제1부인 <듄 Dune>(1965)의 내용을 담았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듄 신장판>(2021)의 1권에 해당하는데 분량이 무려 944쪽에 달한다(전체 시리즈는 4,304쪽).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몇 번의 영화화가 끝내 실패했고, 저자가 생존해 있던 1984년에 데이비드 린치가 감독한 <듄>이 간신히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화 시간을 너무 압축하는 바람에 줄거리는 왜곡되고 원작의 주제와는 다른 엉뚱한 결론의 영화가 나와버렸다. 주제가만이 살아남아 그 시도를 기리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원작이라 캐나다의 봉준호라고 불리는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가 메가폰을 잡은 이번 시리즈는 과연 원작의 내용을 잘 담고 흥행도 성공할지 관심이었다. 결과는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인 폴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조연들이 뒷받침하며 1, 2편 모두 전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우주전쟁

    시대적 배경은 A.G. 10,191년이다. A.G.는 After Guild의 약자이다. 길드는 우주항해사의 조합으로, 항성계를 연결하는 특수한 예지력을 가진 인간 컴퓨터의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귀족뿐 아니라 황제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조직이다. 길드의 항해사들은 ‘스파이스 멜란지’라는 특수한 물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성간 여행을 한다. 하지만 스파이스는 ‘아라키스’라는 별에서만 생산된다. 스파이스는 생명 연장 효과와 각성효과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노리는 자원이다. 하지만 아라키스는 모래만이 있는 행성으로 아무도 살 수 없고, 모래벌레까지 존재하는 극한의 행성이다.
   스파이스에서 나오는 부를 얻기 위해 황제는 귀족 가문과 연대해 아라키스를 지배하고, 한편으로는 귀족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귀족을 이용한다. 이에 휘말린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황제의 명령으로 하코넨 가문이 지배하던 아라키스를 접수하기 위해 이 행성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황제와 하코넨의 기습공격으로 공작은 죽고 아들 폴과 어머니만 살아남아 사막족인 프레멘에게 몸을 의탁하면서 1편은 끝난다. 이번 2편에서는 혈통을 조정하고 초인을 만들려는 여자들의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인 어머니(레베카 퍼거슨 분)의 조정과 프레멘의 메시아 전설 사이에서 폴은 자신과 애인 챠니(젠데이아 콜먼 분)와의 운명에 대한 갈등을 겪는다. 폴은 운명에 따라 프레멘의 메시아가 된다. 아버지 레토 공작 죽음에 대한 복수와 함께 제국 평정을 꿈꾸는데 이에 우주는 다시 한번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휩쓸려 들어간다.
   중세 봉건제도를 연상시키는 권력구조, 대항해 시대 향신료를 차용한 스파이스의 역할, 우생학을 떠올리게 되는 베네 게세리트의 전략, 메시아 주의에 대한 불신 그리고 AI에 대한 전쟁(버틀레리안 지하드) 이후의 인류 문명체계와 어우러지면서 매우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해 낸다. 워낙 방대한 시대와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기 어렵다. 듄을 위한 해설서까지 나와 있다.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컴퓨터나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으며, 전쟁은 칼로 한다. 항성계 간의 여행도 스파이스를 흠뻑 섭취한 인간 컴퓨터인 맨타트에게 의존한다. 레이저도 인공위성도 없고 고작 나오는 기계는 잠자리 같은 비행기와 비행선, 불도저가 고작이다. 기지용과 개인용의 방어막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물체만을 막을 뿐이다.

영화 <듄:파트2>의 주 배경은 모래사막이다. 제목인 듄(Dune)은 사구(沙丘)를 뜻한다.

듄: 모래언덕

    영화의 주 배경은 사막으로 그것도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사막이다. 영화 제목 듄은 사구(沙丘)를 뜻하는 말이다. 암석의 풍화, 바람에 의한 퇴적으로 생기는 지형이다. 사막이 모래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실제 모래사막은 지역별로 2~30 %에 불과하다. 사구는 사막이 아니어도 생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태안군 신두리 사구가 유명하다.
   영화는 모래사막을 배경으로 삼아 화면은 단조롭고 톤도 모래색으로 차분하다. 원래 있던 물도 사라지고 극도로 덥고 건조한 지역이다.
   영화에서 남부지역은 살인적인 모래폭풍이 항시 불어온다. 그래서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도 낮에는 활동이 불가능하고 밤에만 이동한다. 물을 극도로 아껴야 하기에 개인들은 우주비행사 급 사막복(스틸 슈트)을 입고 활동한다.
   토지가 건조해지며 황폐해지는 사막화는 현재 지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나친 가축의 방목, 인구의 증가에 따른 지하수의 남용 등으로 지구 육지 면적의 75 %에서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유럽 위원회 공동연구센터, 2018). 2050년에는 이 비율이 90 %에 달할 것이라는 심각한 예측도 나온다. 몽골에는 국토의 90 % 이상, 중국은 27 % 이상이 사막화가 되어가고 있다. 봄철 황사로 우리도 체감하고 있다.
   1994년 6월 17일, 유엔은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 UNCCD)을 채택했다.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UNCBD)과 더불어 유엔 3대 환경협약일 정도로 사막화는 매우 심각한 자연재해다. 유엔은 매년 6월 17일을 ‘세계 사막화 및 가뭄 방지의 날’로 지정하여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신두리 사구 / Wikimedia commons by SEUNGMIN WOO

모래는 많지만 쓸 모래는 없는 사막

    사막의 모래는 우리가 바닷가나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래와는 다르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용성 광물의 풍화가 안 되어 있고, 주로 바람에 의해 물리적 풍화작용만을 받기 때문에 표면이 매끄럽다. 그래서 콘크리트 중 다른 성분과 결합하기 어려워 건축물의 재료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래서 사막에 둘러싸인 두바이는 호주에서 건축용 모래를 수입한다.
   하지만 아라키스 사막에는 모래벌레가 산다. 진동에 민감하고 그 크기가 최대 2 km에 달해 빠른 속도로 공격하면 군부대 하나, 도시 하나쯤은 손쉽게 집어삼킨다. 황제의 최정예 친위부대 사다우카는 한입거리도 안 된다. 하지만 모래벌레가 모래를 먹고 배출하는 스파이스 때문에 아라키스에서는 창조자(Maker)로 추앙받고 있다. 물론 지구의 사막에는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 모티브에 사막의 생태계, 이슬람의 단어, 베두윈(Bedouin)의 풍습 등을 더해 매우 복잡하면서도 일관된 세계를 그린다. 지배층 간의 배신과 음모, 이룰 수 없는 사랑, 기계와 인간의 대립, 서양과 중동의 대비, 메시아 전설 등을 잘 버무려 장대한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만들어졌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제3부를 원작의 제2부인 <듄의 메시아>를 바탕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극 중 폴 아트레이데스 황제의 나이에 걸맞게 주연 티모시 샬라메가 좀 더 나이가 든 후에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듄의 주연인 티모시 샬라메는 이미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사막화되는 지구를 배경으로 연기한 적이 있는데 재미난 일치이다. 원작 소설이 워낙 걸작이다 보니 소설 속 내용이 수많은 게임, 영화 등에 영향을 미쳤다. 모처럼 나온 대작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는 재미있는 경험도 했으면 좋겠다.

영화 <듄:파트2>의 주연인 티모시 샬라메는 이미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사막화되는 지구를 배경으로 연기한 적이 있는데 재미난 일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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