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 칼럼

강민구 이데일리 기자

우주에서 보는 새로운 가능성

“아이들 장난감 수준이죠. 그거 가지고 되겠습니까.”

    지난 2018년께 사석에서 만난 한 항공우주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답했다. 당시만 해도 우주상업화라는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당시 이 스타트업기업은 정부 과제 등으로 어렵게 성장하고 있었고, 20대의 젊은 연구자들이 창업한 기업으로 사회 경험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6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그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기업은 성장을 거듭해 올해 말 상장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우주 스타트업들도 우후죽순 생겼고, 복수의 기업들이 올해 또는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우주는 최근 국내외에서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분야로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개발방식이 바뀌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달, 화성까지 인류와 화물들을 보낼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 ‘스타십(Starship)’은 발사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로켓을 개량하고 있다. 재사용 로켓에 이어 우주 재점화 등 신기술들을 선보이며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할 태세다. 국가적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미국과 중국이 유인 달 탐사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전 세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자국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2032년 달착륙, 2045년 화성 탐사를 목표로 ‘우주경제 로드맵’을 재작년에 제시했다. 올해는 우주항공 업계 숙원이었던 우주항공청 개청을 5월 27일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하는 차세대로켓 개발도 진행될 예정이다.
    놀라운 것은 국내 기업들과 학회에서도 기존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언론 대응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 기자들과도 소통하며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과학과 산업을 아우르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주개발에 시큰둥했던 과거와 달리 전사적으로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협력을 통해 인류에 기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국가나 한 기업만으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우주개발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 달 탐사 연합체인 ‘아르테미스 연합(Artemis Accords)’을 중심으로 한 국제협력이 확대되면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 개청과 맞물려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우주 분야는 원자력과도 밀접하다. 우주후발국인 한국이 강점을 발휘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대표 분야라고도 볼 수 있다. 달에서 인류가 거주하는데 장애물인 우주방사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고, 미래 우주시대 핵심 동력으로 써야 할 원자력전지 등 핵심기술도 필요하다. 또 원전 제염·해체에 필요한 로봇들도 우주에서 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자력 기술 자립화를 이뤄낸 국가라는 점에서 독자 개발이 필요한 우주 분야에서도 원자력계 역할이 주목된다. 폴 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홍보대사가 경희대, 한양대 교수들과 대화 중 영감을 받아 정리한 20여 개 우주활동 영역에는 우주수송, 우주거주, 우주에너지 등 원자력과 밀접한 분야도 많다.
    이같은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원자력을 바라보는 시선도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하면 어떨까. 빠르게 변화하는 우주시대에 맞춰 우리나라가 원자력기술 자립국의 강점을 살려 국산 원자력 기술이 지구만이 아니라 우주에서도 널리 쓰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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