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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년 전국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의 국무총리상 수상자인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말이다. 그는 렌츠의 법칙을 활용한 접이식 교통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를 접으면 전류가 흐르지 않아 교통카드 기능이 꺼지지만, 필요할 때 카드를 다시 펴면 회로의 전류가 흘러 교통카드 기능이 ‘온(On)’ 된다. 발명품의 이름이 ‘패러데이·렌츠의 법칙을 활용한 접이식 온·오프(ON/OFF) 카드 - 삑! 카드를 한 장만 대 주세요-’인 이유다.
접이식 교통카드를 만들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세종시의 모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주말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일주일 만에 돌아가는 집이다 보니 손에는 늘 빨랫감이니 책이니 많은 짐이 들려있다. 게다가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 미묘한 압박감도 생긴다. 그는 교통카드를 빠르게 찍고 탑승하기 위해 무거운 와중에도 한 손에 지갑을 꼭 쥐고 대기했지만, 교통카드 인식기에 지갑을 댈 때마다 으레 경고음이 들려왔다. “삑-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 지갑 내부의 카드가 여러 장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는 “카드를 매번 한 장씩 꺼내서 미리 준비하기보다 간단하게 카드 자체가 인식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발명한 게 접이식 교통카드다.
수상소감을 발표하며 그는 “아직 메모장에 메모해 둔 아이디어가 많다”고 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기록해 뒀기 때문이다. 메모장을 들여다볼 때마다 ‘이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저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한다고 했다. 내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이 학생은 “꼭 이공계에 진학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머지않은 미래, 대한민국이 ‘과학 혁신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학생은 어쩌면 ‘프로불편러’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 습관적 행위에서 불편함을 찾는다. 여기서 나아가 불편함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타개할 해결책을 찾는다. 그 해결책이 언제나 타당하거나 실제적인 효율을 가져오는 건 아닐지라도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 순간 그 일상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 “맞아, 나도 불편했었지”라며 공감하는 이가 등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영국 다이슨사는 매해 전 세계에서 훌륭한 발명품을 찾아 ‘제임스 다이슨 상’을 수여하는데, 이때 중요한 기준이 ‘사회를 어떻게 더 편한 곳으로 만드느냐’라고 한다. 흔히 혁신적 발명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지만 더 깊은 곳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선풍기의 소음이 불편해 날개 없는 선풍기가 나왔고, 빨대를 매번 챙겨 다니는 게 불편해 내장 빨대형 텀블러가 나왔듯이. 우리도 일상에서 불편함을 찾아내는 이에게 “견뎌보라”며 조언할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어떻게 ‘혁신’으로 바꿀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