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 달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탑재 원자력전지 장기 신뢰성평가 실증 성공’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동위원소연구부의 홍진태 책임연구원과 김선진 선임연구원을 만나봤습니다.
KAERI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원자력전지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홍진태 책임연구원 안녕하세요.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 동위원소연구부 홍진태 책임연구원입니다. 극한환경용 방사성동위원소 발전시스템인 원자력전지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위원소연구부 부장으로서 원자력전지, 동위원소 생산기술, 방사성의약품 생산 및 공급 등 부서의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하고 있어요.
김선진 선임연구원 안녕하세요.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 동위원소연구부 김선진 선임연구원입니다. 현재 우주, 극지, 심우주용 원자력전지와 열-전력 변환 모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홍진태 책임연구원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학위 후에 삼성 SDI에서 이차전지 배터리팩 설계 총괄 책임자로 5년 정도 근무했어요. 회사에서 너무 잦은 해외 출장에 힘들어하던 중 우연히 KAERI에서 기계 설계 관련 전공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하나로운영부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 소속 부서가 바뀌어 지금의 동위원소연구부에서 연구하게 됐습니다.
김선진 선임연구원 박사학위 과정 동안 원자력전지의 핵심 부품인 열-전력 변환 모듈인 열전소자의 설계와 공정에 관해 연구했어요. 졸업 후에는 NASA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우주용 반도체 소자 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어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KAERI에 지원하게 됐고, 선임연구원으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홍진태 책임연구원 원자력전지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기술 융합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원자력전지 시스템은 기계공학, 원자력공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의 기술이 집약된 복합체예요. 그래서 여러 분야 전문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죠. 다행히도 우리 부서에는 원자력공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고급 인재들이 있어, 짧은 기간 내에 원자력전지를 완성하고 우주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김선진 선임연구원 우주개발 선진국들만 보유한 원자력전지 기술을 우리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미국과 러시아는 1960년대부터 원자력전지를 우주에 활용해 왔지만, 한국은 2010년 이후에야 원자력전지 연구를 시작해 상당한 기술 격차를 보였거든요. 하지만 이번 우주 실증을 통해 앞으로 우주개발 선진국들과 대등한 원자력전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어요.
홍진태 책임연구원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 원자력전지를 탑재하려면 발사체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원자력전지를 개발해야 했어요. 연구 초기, 원자력전지의 진동시험을 수행하던 중 물리적 강도가 약한 열-전력 변환 모듈이 산산이 부서져 깊은 고민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발사 일정이 촉박해 내진동 기술을 개발하느라 많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행히 열-전력 변환 모듈에 발생하는 진동을 흡수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덕분에, 원자력전지는 고장 없이 지구 저궤도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어요.
김선진 선임연구원 원자력전지의 정상 동작을 확인하기 위해 내부에는 위치별로 여러 개의 온도 센서가 설치돼 있어요. 이 센서들은 일반적으로 설계된 온도를 유지하죠. 그러나 지구 저궤도에 안착한 후, 온도가 일정한 패턴으로 변하는 것이 관찰됐고, 일부 시스템에 고장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어요. 다행히 성능검증위성이 지구 저궤도를 공전하면서 태양에 노출될 때와 지구의 후면에 가려질 때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온도 변화인 게 확인됐어요. 원자력전지의 고장이 아님을 확인했던 그때가 기억에 남네요.
홍진태 책임연구원 이소연 박사의 ‘우주에서 기다릴게’를 추천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우주를 경험한 우주인으로서 훈련받는 과정, 우주 체험과 지구를 바라보면서 느낀 점 등을 통해 하나의 우주 임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이에요.
김선진 선임연구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추천해요.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우주의 신비와 인류의 존재를 탐구하는 책이거든요.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철학적 통찰력을 배울 수 있어요. 가을의 맑고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를 그리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에요.
홍진태 책임연구원 ‘된다고 믿고 계획을 세운다’예요. 연구가 성공했을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위해 어떤 연구들이 덧붙여져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할 경우와 그에 따른 해결책은 무엇일지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하죠. 연구가 실패한 원인을 찾아내기는 쉽거든요. 그 쉬운 것을 시작 전에 고민도 안 해보고 했다가 실패한다면 저 자신에게 부끄럽잖아요?
김선진 선임연구원 ‘확신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연구를 통해 얻은 저의 경험적 지식이에요. 연구 과정에서 실험적 증거와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최종 결과를 예측하지만, 종종 예상과 다른 결과를 얻곤 했거든요. 그래서 상당한 수준의 확신이더라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죠. 항상 차선책을 마련하거나 동료 과학자들의 의견을 신중히 듣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