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 달은 ‘전자선 실증연구시설 이용 공공분야(문화재 복원) 연구 활성화’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방사선융합연구부의 김병남 책임연구원과 윤진문 책임연구원을 만나봤습니다.
김병남 책임연구원 방사선융합연구부는 방사선 관련 기초연구에서 실용화까지 가능한 방사선융합연구지원시설로 대형전자가속기, 감마선조사장치, 방사선기기팹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요. 방사선융합연구시설을 이용해 첨단신소재 개발, 방사선센서 개발, 보안검색기, 연구용 의료진단기기, 방사선 발생장치, 융복합기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데요.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필요한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연구 지원을 통한 방사선 신산업 창출에 앞장서고 있어요.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의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기업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애로 기술지원, 실무자 교육훈련, 첨단 연구 장비 지원과 이용자 네트워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요.
김병남 책임연구원 올해로 전자선 이용연구를 수행한 지 25년이 됐어요. 그동안 석박사 기간뿐만 아니라 박사후과정까지 전자가속기가 제 옆에 없었던 적이 없었는데요. 자연스럽게 계속 이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어서 KAERI에 들어오게 됐어요. 지금도 전자선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답니다.
윤진문 책임연구원 박사 졸업 후에 KAERI 박사님들과 방사선을 이용해 그래핀 합성과 개질 연구를 하면서 방사선의 활용성과 장점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이 경험을 계기로 방사선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어서 연구원에 들어오게 됐어요. 현재는 방사선을 이용한 나노소재 합성과 에너지 소자 적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병남 책임연구원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우리 팀원들은 2018년 10월에 전자선실증연구시설의 운영을 시작한 이후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하나하나 전자선에 대한 역량을 쌓아 왔어요. 지금까지 전자선을 이용한 문화재 복원 소재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오던 상황이었는데요. 우리 팀은 팀원 간 협력과 전자선에 대한 노하우로 단시간에 문화재 복원 소재를 국내 복원 전문가에게 공급하고 성공적으로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죠. ‘준비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항상 내일을 준비하며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진문 책임연구원 ‘집단지성‘입니다. 우리 팀원들은 전공 분야가 신소재, 화공, 바이오, 컴퓨터 공학과 같이 모두 달라요. 그래서 문화재 복원 소재를 제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소재의 기본적인 구조나 전자선 영향에 따른 변화 예측, 소재를 제조할 때 필요한 장치 구축, 최적 선량 설정을 위한 접근법 등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거든요.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참여원들 덕분에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었어요.
김병남 책임연구원 2024년 1월 초에 국내 복원 전문가로부터 급하게 미황사 영산회상도를 복원해야 하는데, 훼손 정도가 심해 많은 양의 소재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어요. 복원 소재를 제조할 땐 전자선을 이용하는데요. 전자선은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타깃물질을 때려 물성 변화를 일으켜요. 이때 이송 카트가 스테인리스라 높은 열이 발생하고요. 그렇다 보니 복원 소재에 전자선을 조사하면 소재가 달궈진 스테인리스에 탄화되는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다행히 이 문제를 해결해 무사히 공급할 수 있었어요. 영산회상도는 완성도 높게 복원됐고요. 복원 전문가로부터 일본에서 수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퀄리티가 우수해 전 세계에 공급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윤진문 책임연구원 초임계 CO2 처음 국내 문화재 복원 전문가분들과 미팅할 때, 복원 소재를 국내 기술로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미팅 당일에 복원 전문가분이 사용하고 있는 비단, 마, 삼베 3종의 샘플을 제공받아 일주일도 안 돼서 3종에 대한 복원 소재를 제조했죠. 소재 제조 후, 복원 전문가께서 연구원에 방문하셔서 복원 소재의 강도 등을 확인한 후, 바로 복원에 사용해도 될 정도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국내 방사선 기술의 우수성이 전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KAERI에서 제조한 복원 소재
김병남 책임연구원 앨런 피즈의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을 추천해요. RAS라는 뇌의 망상활성계를 활성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었어요. 자기계발서는 많이 있지만 어떻게 목표와 꿈을 이룰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제시한 책이라 추천하고 싶어요.
윤진문 책임연구원 ‘정진홍의 사람공부’를 추천해요. 살아가다 보면 일이 힘들기보다 사람 간의 관계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잖아요. 책에서 소개하는 다른 사람들의 예를 통해서 결국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나’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어 좋더라고요.
김병남 책임연구원 ‘우공이산(愚公移山)’이에요. 연구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나 제약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하면 꼭 이룰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연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마음 깊이 새긴 좌우명이에요. 그리고 부차적으로 ‘남에게 미루지 않고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한 발 더 움직이려 하고 있어요.
윤진문 책임연구원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입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듯이 연구할 때 사물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 고 관찰하면 숨겨진 가치나 자연의 섭리를 깨우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