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편집실
의정부에는 독특한 도서관 정책이 마련되어 있어요. 바로 ‘특성화’ 전략이죠.
모든 분야의 장서를 비치한 일반 공공도서관과 달리,
의정부의 도서관들은 한 개 분야를 특성화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파동이는 미술과 음악에 집중하는 의정부의 특성화 도서관 두 곳을 찾아가 봤어요.
미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공간이에요.
2019년 설립된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미술관과 도서관이 결합된 국내 최초의 미술 전문 도서관이에요. 미술관 같기도, 도서관 같기도 한 이곳을 방문하면 우선 건물 외관과 내부의 아름다운 조형미에 감탄을 내뱉게 된답니다.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이 공간 디자인의 키워드는 연결과 교류, 소통이라고 해요. 1층부터 3층까지의 내부가 나선형 계단으로 한 공간처럼 이어져 있거든요. 그 안에 전시 공간과 열람 공간, 커뮤니티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고요.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미술 작품을 관람하며 소통할 수 있어요.
도서관의 1층 ‘아트 그라운드’는 미술 전문영역, 2층 ‘제너럴 그라운드’는 연령별·주제별 자료 열람 공간, 3층 ‘멀티 그라운드’는 창작 공간인 오픈스튜디오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다목적홀, 카페로 구성돼 있어요. 층고가 높은 데다 채광이 좋은 1층은 책장이 마치 갤러리처럼 미학적으로 배치돼 눈길을 끌죠. 오픈 스테이지와 기획전시가 열리는 전시관도 1층에 있어요. 2층이 공공도서관의 역할에 충실한 공간이라면 3층은 열람과 창작, 교육, 강연, 커뮤니티 활동 등이 자유롭게 진행되는 공간이에요.
미술 분야에 특성화된 만큼 1만 권이 넘는 건축·예술 분야 서적과 고가의 해외 예술자료, 각종 미술관 전시 도록 등을 비치하고 있어요. 일부 도서를 제외하고는 1인 10권까지 대출도 가능하니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인 셈이죠. 1층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관람과 3층 작가들의 작업실 사용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면 좋을 공간이에요.
감각적인 의정부미술도서관의 내부 모습
2021년 설립된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을 단순히 청각 영역이 아닌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감각의 공간이에요. 특히 미군 부대 주둔의 영향으로 의정부에 블랙 뮤직 문화가 조성돼 있다는 데 착안해 블루스와 가스펠, 힙합, 재즈 등 블랙 뮤직을 기반으로 도서관이 구성돼 있어요.
책들이 비치된 1층 북스테이지를 살펴보았는데요. 팝, 케이팝, 재즈, 힙합 관련 책들이 분류된 서가만 봐도 ‘음악 전문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어요. 도서관이 음악 특성에 맞춰 직접 개발한 분류표를 기반으로 비치했거든요. 1층은 음악으로 진입하는 도입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음악 전문 도서뿐 아니라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도 소장해 가족이 함께 같은 층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어요. 이 모든 공간은 구획을 나누지 않아 경계 없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답니다. 한쪽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비치돼 있어서 소규모 공연장으로 탈바꿈할 때도 있어요. 1층과 시각적으로 연결된 M층은 메자닌(Mezzanine, ‘다른 층들보다 작게 두 층 사이에 지은 층’이라는 뜻) 구조의 중층입니다. 이곳에는 악보가 악기별로 정갈하게 분류돼 있어요. 이용자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룸도 있고요. 도서관 측은 ‘깊이 있는 음악으로 진입하는 중간 단계’라는 뜻에서 M층을 이렇게 구성했다고 해요.
도입부와 중간 단계를 거쳐 도달하게 되는 3층 뮤직스테이지는 의정부음악도서관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공연이 열리는 뮤직홀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룸이 돋보인답니다. 특히 오디오룸은 1만 5,000점이 넘는 블랙뮤직 관련 CD와 DVD, LP를 소장하고 있어요. 고가의 음향기기를 비치해 방문객 누구나 고품질의 사운드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죠. 누구든 음악을 연습하고 창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3층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 공간에서 음악 관련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공연을 볼 뿐 아니라 음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도서관은 어디에도 흔치 않을 거예요. 그 무엇보다 ‘음악’에 진심인 공간이에요.
(왼쪽) 오디오룸에서 고품질의 음악을 즐겨보세요!
(오른쪽) 의정부음악도서관의 사서컬렉션을 통해 좋은 책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의정부의 두 도서관은 각기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새로움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문화예술의 울타리 안에서 힐링 받고 싶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손을 슬쩍 뻗기만 해도 알고 싶은 이야기, 닿고 싶은 세계가 우르르 쏟아지지요. 한 번에 다 주워 담기 힘들 정도로요. 여러 번 찾아 그 많은 콘텐츠를 담아가고 싶은 곳이에요. 두 도서관은 문화예술과 사람 사이에 끈을 느슨히 엮어놓은 듯 해요. 평소엔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다가, 필요할 때면 그 끈을 부여잡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사람, 예술 그리고 이 세계를 연결해 주는 도서관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엔 의정부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위)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선 음악과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답니다.
(아래)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는 건축·예술분야의 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