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서영진 여행칼럼리스트

세계 최대 공룡 화석지를 품은 곳

캐나다 캘거리 & 드럼헬러

캐나다 알버타주 대표 도시인 캘거리의 동쪽은 ‘배드랜드’로 불리는 황량한 평원이다.
버섯 모양의 바위와 모래바람 휘날리는 황무지 속에 드럼헬러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투박한 소도시 드럼헬러에는 7500만 년 전에 살았던 거대 공룡들의 사연이 녹아있다.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공룡주립공원

    드럼헬러에 들어서면 길목 곳곳에서 거대한 공룡 조형물과 느닷없이 조우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스크린 속을 누비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드럼헬러 인근의 ‘공룡주립공원’은 세계 최대 규모 공룡 발굴지로 알려진 곳이다. 44종, 33속의 공룡화석이 발굴됐으며, 다양성 측면에서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완전한 골격을 갖춘 150여 개의 공룡 표본 외에도 다채롭게 발굴된 생물 화석들은 백악기 후기 고생 생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네스코는 최대 규모 공룡 발굴지의 가치를 인정해 공룡주립공원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화석 발굴은 최근까지 진행 중이며, 이 일대를 둘러보는 투어와 캠핑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공룡주립공원에서 찾아낸 진귀한 화석들은 드럼헬러의 로얄 티렐 고생물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35구의 공룡들이 실제 모습처럼 복원됐으며, 외딴 박물관이지만 공룡에 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해 전시 중이다. 티라노사우르스의 유사 종인 알베르토사우르스의 화석, 완전한 트리케라톱스의 두개골을 볼 수 있으며, 지질학자들이 화석을 복원하는 생생한 모습도 관찰 가능하다. 여름 시즌에는 박물관에서 화석 발굴을 위한 투어를 직접 운영한다.

황무지 따라 이어진 협곡과 바위

    드럼헬러에서 북서쪽으로 연결되는 길 이름 역시 ‘공룡 트레일’이다. 로얄티렐박물관을 시작으로 공룡 조형물이 반기는 가운데 838번 도로를 따라 호슈 협곡, 호스시프 협곡 등이 트레일 위에 이어진다. 사암과 이암이 민낯 을 드러낸 기이한 협곡들은 미국 그랜드 캐니 언의 축소판이라는 별칭을 지녔다.
    드럼헬러가 속한 배드랜드는 기묘한 풍광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중 버섯 모양을 한 바위기둥인 후두스를 만나볼 수 있다. 봉긋한 돌이 올려진 듯한 이 기암괴석은 수천 년 동안 비와 바람이 빚어낸 걸작들이다.
    공룡공원에서 남서쪽 평원 너머 포르쿠피네 언덕 끝에 위치한 절벽은 ‘헤드 스매시드 인 버팔로’라는 특이한 이름을 지녔다. ‘버팔로 점프로 깨진 머리’라는 뜻으로 대량의 버팔로가 사냥된 곳이다. 아메리카들소인 버팔로는 수천 년 동안 인디언들의 주요 식량이었고, 버팔로 무리는 이곳 원주민에 쫓겨 18 m 높이 절벽에서 죽음의 점프를 했다. 북미에만 250여 개의 버팔로 점프지역이 있는데 가장 오래되고 보존 가치가 뛰어난 이곳 포르쿠피네 일대가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버팔로 절벽 남쪽은 로키에서 흘러내린 물이 평화로운 호수가 된 워 터튼 국립공원이 자리해 반전의 감동을 전해준다.

버섯 모양을 한 바위기둥, 후두스 / ⓒShutterstock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워터튼 국립공원 / ⓒShutterstock

슈퍼맨과 카우보이의 도시, 캘거리

    배드랜드와 드럼헬러 여행의 관문인 캘거리는 슈퍼맨과 카우보이의 도시다. 영화 ‘슈퍼맨’의 촬영지로 유명해졌으며, 매년 7월이면 카우 보이들이 총집결하는 스탬피드 축제가 열린다.
    캘거리 도심의 건물들은 슈퍼맨이 실제로 날아다닐 듯한 고층 건물들로 빼곡하다. 도시의 상징은 도심에 우뚝 솟은 캘거리 타워다. 191 m의 타워는 전망대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18대나 운행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면 북쪽으로는 로키산맥, 동쪽으로 배드랜드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북미 최대 야외 축제로 자리매김한 스탬피드 축제 때는 카우보이들이 부와 명성을 좇아 몰려든다. 축제 기간이 되면 슈퍼맨이 날아다녔던 도시 전역은 온통 서부 시대로 회귀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카우보이 모자에 롱부츠를 신고 또각거리며 다닌다. 로데오 경기는 1912년 ‘서부 대 서커스’를 통해 묘기로 선보이면서 시작됐으니 그 역사가 100년쯤 된다.
    캘거리의 여름은 백야현상으로 밤 9시는 넘어야 해가 진다. 수천만 년 전 공룡에 대한 잔영과 말발굽 소리의 두근거림이 온종일 도심 골목을 감싼다.

캘거리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카우보이

스탬피드 축제 때는 남녀노소 모두 카우보이가 된다.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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