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중준위 방사성폐기물 ‘폐수지’ 2시간만 처리해도 99 % 저준위 폐기물로 전환
처리 과정서 고가의 방사성동위원소(탄소-14)도 회수해 경제적 이윤 창출 기대
폐수지 처리 전(왼쪽)과 처리 후(오른쪽)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CANDU)에서는 중준위 방사성폐기물로 폐수지가 발생한다. 폐수지는 중수 등의 액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때 사용한 이온교환수지*인데,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를 포함하고 있다. 방사능의 농도가 높고 양이 많아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발전소 내 저장탱크에 따로 장기간 보관해 왔지만, 이번에 연구원이 해결 방법을 찾았다.
연구원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박환서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 최대 용량의 중수로 폐수지 처리 상용규모 실증에 성공했다고 4월 15일 밝혔다.
연구원은 2018년에 ‘마이크로파 조사를 통한 폐수지 처리 원천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마이크로파로 이온교환수지를 가열해 화학적 구조를 바꿔 탄소-14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규모 공정(100 kg/batch)을 개발해 지난 2월, 월성발전소 내 보관 중인 폐수지를 처리하여 고가의 방사성동위원소 탄소-14를 99 % 분리·저감하고 회수했다. 이번 실증은 세계 최초로 안전성을 확인받고 인허가를 거쳐 실제 사용한 폐수지를 상용규모로 처리에 성공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중수로를 운영하는 캐나다, 중국, 인도 등에서도 중수로 폐수지 처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실험실 규모에서 실증하는 단계이다. 또, 대부분 폐수지에 전기, 열 또는 산을 가하는 방식으로 저감 처리를 했는데, 이는 과도한 2차 폐기물이 발생하고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반면, 연구팀은 폐수지 내 탄소-14를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마이크로파에 주목했다. 마치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음식물을 조사해 운동에너지를 발생시켜 음식물을 데우듯이, 폐수지를 2시간 정도 마이크로파로 조사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탄소-14가 약 99 % 분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 이온교환수지(IRN150): 약 1 mm 크기의 구슬 형태를 가진 고분자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부여한 물질로, 사용한 유가이온교환수지는 물과 함께 폐수지 저장탱크에 보관되어 있다.
중수로 폐수지 실험실 규모 처리 공정 장치
중수로 폐수지 상용규모(100 kg/batch) 처리 공정 장치
연구팀은 실증을 위해 냉장고 크기 정도의 마이크로파 조사 반응기를 발전소 내부에 설치했다. 그 후 폐수지 저장탱크에 있는 폐수지를 옮겨 마이크로파 반응기에 투입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폐수지의 탄소-14가 장치 내부에서 가스 형태로 발생되고, 이를 흡착장치로 흘려보내면 흡착제가 탄소-14를 회수할 수 있다. 남은 폐수지는 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되어 경주처분장에 보내지게 된다.
국내 중수로에 보관된 폐수지 역시 많은 양의 탄소-14를 포함하는데, 이는 약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고가의 동위원소를 직접 회수하여 국내 산업에 활용하거나 외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한, 폐수지에서 회수한 탄소-14는 농축 과정 한 번만 거치면 의약품 개발에 사용되는 표지화합물의 원료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기능성 소재 개발과 같은 새로운 4차 산업 소재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이번 공정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산·학·연이 협업한 것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선광티엔에스(대표 노광준), 울산과학기술원(김희령 교수)이 함께 했다.
기술개발을 총괄한 박환서 박사 외에 연구원 이기락 박사 연구팀은 마이크로파 조사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14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순환시켜 탄소-14를 고농도로 회수할 수 있는 상용규모 공정시스템을 개발했다. ㈜선광티엔에스는 상용규모 공정장치를 설계·제작해 발전소에서 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증했으며, 울산과학기술원은 처리시스템의 방사선학적 안전성을 입증했다.
탄소-14 회수 흡착제 외형
흡착제 확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