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타이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도시

타이완 신주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가 ‘맛의 성지’로 인기 높다면,
타이베이 남서쪽에 있는 신주는 반도체 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도시다.
신주에는 ‘타이완의 실리콘밸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을 석권한 TSMC 본사와 공장이 있는 곳이 바로 신주다.

TSMC 본사가 위치한 첨단의 중심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신주는 논밭이 어우러진 적막한 땅이었다. 타이완 현지인들에게도 생소했던 외딴 대지는 과학단지가 형성되며 첨단 도시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타이완 정부는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 타이베이에서 가깝고 땅값이 저렴한 신주 일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타이완의 고속열차인 ‘THSR’은 두 도시를 30여 분이면 주파한다.

신주 과학단지에는 600여 곳의 하이테크 기업이 입주했으며,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석권한 TSMC, UMC 등이 자리 잡고 있다. TSMC의 본사 건물은 창업주의 이름을 따 ‘모리스 창’ 빌딩으로 불리며, 1층에는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신주에서 위탁 생산된 주문형 칩들은 엔비디아, 애플 등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들에 제공된다. 전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의 50 % 이상이 신주와 관련된 기업에서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주는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생태계가 유사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첨단 기업들이 스탠퍼드 대학,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등에 학문적 기반을 둔다면, 신주는 연구 중심의 국립양명교통대학, 국립칭화대학 등의 인재들이 버팀목이다. 올해 TSMC는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위해 40억 대만달러(약 1,700억 원)를 기부하기로 결정했으며, 정부 지원 연구시설까지 갖춘 신주에서는 반도체 제조 외에 설계, 후작업 디자인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왼쪽) 첨단 도시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신주 ⓒShutterstock
(오른쪽) 모리스 창 빌딩으로 불리는 TSMC 본사 건물 ⓒShutterstock

100년 넘어선, 가장 오래된 기차역

신주 과학단지는 해외 기업들에게 주요 관심거리다. TSMC 혁신 박물관은 반도체 투자자와 지망생들이 견학을 위해 찾는 단골 코스가 됐다. 사전 예약은 필수이며 그래픽 카드 변천사, 반도체 VR 체험 등이 흥미진진하다. 신주 과학단지 내 기술박물관은 반도체 설계에서 출발한 타이완 과학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내고 있다.

고딕과 바로크 양식이 혼재된 외관이 매력적인 신주 기차역 ⓒShutterstock

신주 도심 곳곳은 첨단 단지와는 상반된 이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신주 기차역은 대만에서 이용되는 기차역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기차역사(驛舍)는 1913년 일본 건축가에 의해 완공됐으며 고딕과 바로크 양식이 혼재된 외관을 뽐낸다. 18세기에 세워진 도교 사원 성황묘와 100년 세월의 시청사 역시 고풍스러운 자취를 전한다.

신주에서 본격적인 유랑을 위해 찾는 곳은 수도 타이베이다. 열차로 30여 분이면 닿는 신주와 타이베이를 아우르는 투어 상품도 등장했다.

타이베이의 옛 도심인 시먼딩은 도쿄 아사쿠사를 모방해 1900년대 초반에 세운 거리였고 영화관들이 즐비하던 곳이다. 거리의 상징 건물인 시먼홍러우는 옛 영화관에서, 기념품을 판매하고 거리공연이 펼쳐지는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인근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는 100여 년 세월의 양조장이 문화예술공원으로 재탄생한 곳으로, 빛바랜 담장 너머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 갤러리, 야외 공연들을 연중 즐길 수 있다.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에서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경험을 누려보자

미식가들이 찾는 타이베이 융캉제

미식의 도시 타이베이에서 맛에 심취하려면 융캉제 거리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베이의 예쁜 골목과 맛집들은 남쪽 융캉제 거리에 모여 있다. 세계 1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딤섬 식당 본점이 융캉제에 위치했으며, 육즙이 배어나는 ‘샤오룽바오’ 딤섬은 융캉제의 필수메뉴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고기가 통째로 들어가는 우육면으로 유명한 맛집인 ‘융캉우육면’도 추천한다.

맛집이 즐비한 융캉제 거리 ⓒShutterstock

야시장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스린 야시장은 100년 역사를 넘어섰으며, 라오허제, 닝샤루 등 대표 야시장만 둘러봐도 도시의 밤은 속이 든든해진다.

타이베이 외곽 풍광은 한결 다소곳하다. 영화 ‘비정성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었던 지우펀이나 온천마을 베이터우는 외곽 투어의 인기 루트다.

타이베이 북쪽의 온천마을 베이터우는 유황 냄새 피어오르는 온천과 나무 전봇대, 돌계단 숲길 등이 어우러져 시간 이동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타이완 영화의 전성기 시절에 베이터우는 단골 촬영지로 등장했으며 ‘타이완의 할리우드’로 불리기도 했다. 홍등이 매달린 옛 금광 마을 지우펀, 유럽식 건물을 간직한 항구마을 단수이까지 낯선 동네의 설렘은 느리게 연결된다.

융캉제에 들른다면 우육면과 딤섬은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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